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 인근 거리가 다시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 인근 거리가 다시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미국 뉴욕증시의 상승세가 주춤합니다. 1분기 실적을 내놓은 S&P 500 기업 중 80% 이상이 시장 예상을 웃도는 성적을 발표했으나 “그동안 너무 많이 뛰었다”는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물가 급등 및 통화 당국의 긴축 우려가 기저에 깔려 있습니다.

일각에선 낙관론도 여전합니다. 역대 최고 실적을 내고 있는 기업들이 풍부한 현금을 바탕으로 다시 자사주를 사들이고, 배당을 늘리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16일(현지시간) 전했습니다. 비용 지출을 최대한 줄였던 작년과 정반대 분위기로 바뀌었다는 겁니다.

골드만삭스에 따르면 올 들어 미 기업들은 총 5040억달러어치 자사주를 사들인다는 계획을 공개했습니다. 최소 22년 만에 가장 많은 액수라고 합니다.

또 S&P 다우존스 자료를 보면, 미 기업들은 1분기 기준 배당액을 203억달러(연환산 기준)로 책정했습니다. 2012년 이후 가장 큰 분기 기록입니다.
미국 뉴욕증시 상장기업들이 다시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다. 골드만삭스 및 월스트리트저널 제공
미국 뉴욕증시 상장기업들이 다시 적극적인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다. 골드만삭스 및 월스트리트저널 제공
S&P 500 지수에 편입된 기업들은 2010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총 5조3000억달러를 증시에 투입했고, 이게 장기 강세장을 이끌었던 주요 배경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이 흐름이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겁니다.

RBC 캐피탈의 로리 칼바시나 미국주식 전략 책임자는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먹구름이 걷히면서 기업들이 다시 주가 부양 전략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기업들이 주가 부양에 관심을 돌리고 있는 건 현금이 넘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S&P 500 기업의 현금 보유액은 작년 말 기준 1조8900억달러를 넘습니다. 역대 최고치는 물론, 불과 1년 전보다 25% 급증한 수치입니다.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기업들의 현금 보유액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S&P 다우존스 및 월스트리트저널 제공
미국 뉴욕증시에 상장된 기업들의 현금 보유액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S&P 다우존스 및 월스트리트저널 제공
규제 완화 영향도 있습니다. 미 중앙은행(Fed)이 민간은행에 대한 자사주 매입 규제를 다음달 말부터 완화한다고 밝힌 이후 JP모간 등 은행권이 대규모 자사주 매입 계획을 속속 발표하고 있습니다.

지난주엔 고용과 물가 등의 이슈로 증시가 요동을 쳤습니다. 이번주엔 어떻게 될까요.

아래는 매주 월요일 아침 국제부 정인설 기자와 함께 진행하는 유튜브 한국경제신문 채널 방송 내용입니다. 오전 8시 20분부터 생방송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우선 지난주의 뉴욕증시 마감 시황에 대해 설명해 달라.

지난주는 물가 급등 우려로 증시 변동성이 무척 컸습니다. 지난주 수요일에 4월의 소비자 물가지수(CPI)가 발표됐는데, 당일까지 주가가 급락했습니다. 뉴욕증시의 3대 지수가 3일동안 5% 안팎 떨어졌습니다.

그러다 과대 낙폭에 따른 반발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한국의 월요일 개장 심리에 영향을 끼치는 지난주 금요일 뉴욕증시는 다우와 S&P 500, 나스닥 등 모든 지수가 1.1(다우)~2.3%(나스닥) 뛰었습니다. 이틀 연속 상승세를 이어간 겁니다.(한 주간 기준으로는 3대 지수 모두 1.14~2.34% 하락)
지난주 나스닥 지수는 물가 급등 공포로 급락했다가 상당부분 회복했다.
지난주 나스닥 지수는 물가 급등 공포로 급락했다가 상당부분 회복했다.
지난주 금요일에 4월 소매판매가 나왔는데, 전 달과 같은 수준이었습니다. 이번에 3월 지표를 종전 9.8%에서 10.7%로 상향 조정했는데, 3월과 같은 금액의 판매가 이뤄진 겁니다. 시장 예상치(0.8% 증가)를 살짝 밑돌았지만 ‘부양책 효과’가 지속됐다고 WSJ는 평가했습니다. 식당 주점 등의 판매가 3% 늘면서 경제 재개 속도가 빨라지고 있다는 걸 입증했습니다.

같은 날 노동부는 4월 수입 물가를 공개했는데, 전달 대비 0.7% 뛰었습니다. 예상치(0.5%)를 상회했습니다.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이 작성하는 ‘현재 분기 예측 모델’(GDP나우)의 2분기 성장률 추정치는 약간 낮춰졌습니다. 종전 11.0%에서 10.5%가 됐습니다.
미국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이 현재 분기 성장률을 추산하는 'GDP나우'는 현재 10.5%를 기록 중이다. 애틀랜타 Fed 제공
미국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이 현재 분기 성장률을 추산하는 'GDP나우'는 현재 10.5%를 기록 중이다. 애틀랜타 Fed 제공
경기 호조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 다시 확인되면서 아메리칸항공 유나이티드항공 카니발 등 항공 및 크루즈 기업 주가는 대부분 5% 이상 급등했습니다.

월가의 공포 지수로 불리는 시카고옵션거래소(CBOE) 변동성지수(VIX)는 18.7% 급락한 18.81로, 다시 20 밑으로 내려왔습니다.

▶요즘 원유와 목재 옥수수 등 원자재부터 중고차까지 미국 내 물가가 급등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물가 상승 이슈가 당분간 지속될 것 같은데.

내셔널증권의 아트 호건 수석 시장 전략가는 “지난주 후반에 주가가 뛴 게 건설적이긴 하지만 물가 급등 문제가 사라진 건 아니다”고 했습니다.

물가는 여전히 가장 주목해서 지켜봐야 할 이슈라는 겁니다. 지수뿐만 아니라 피부로 느껴지는 물가 상승세가 상당히 가파릅니다.

이 때문에 시장 금리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커졌던 지난 12일 연 1.69%까지 치솟았다 떨어졌습니다.
미국의 소비자 물가지수(CPI)는 지난달 4.2%(작년 동기 대비) 급등한 것으로 집계돼 시장에 충격을 줬다. 미 노동부 및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제공
미국의 소비자 물가지수(CPI)는 지난달 4.2%(작년 동기 대비) 급등한 것으로 집계돼 시장에 충격을 줬다. 미 노동부 및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제공
시장은 오는 19일 오후 2시에 공개되는 4월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을 주시할 것으로 보입니다.

Fed는 그동안 “물가 급등은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란 반응을 보여왔습니다. 이번 의사록에서도 “물가와 고용 목표에서 상당한 진전을 보기 전까지 완화 기조가 지속돼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했을 것이란 게 대체적인 관측입니다만, 일부 이견이 도출됐다면 시장이 반응할 수 있습니다.

4월 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 올라 Fed 예상을 뛰어넘었고, 고용은 100만 명 넘게 늘어날 것이라던 전망에 크게 못 미친 26만6000명 증가를 기록했습니다.

리처드 클라리다 Fed 부의장의 지난주 강연(기업경제학회 심포지엄)은 Fed의 최근 속내를 잘 보여준 것 같습니다.

그는 “4월 물가지수를 보고 놀랐다. 나를 포함한 여러 사람의 예상보다 훨씬 높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긴축 전환을 논의하기 위해선 더 많은 자료가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최근 가격 상승의 상당부분이 수요와 공급 불일치에 따른 일시적 현상일 가능성이 높다는 겁니다. 4월의 고용 상황에 대해서도 “경기 회복이 순탄치 않다는 걸 보여주는 증거”라고 했습니다.

Fed는 완전 고용과 평균 2%를 완만하게 넘는 물가를 달성할 때까지 현재의 제로 금리를 그대로 두고, 이런 목표를 향한 실질적인 추가 진전이 있을 때까지 테이퍼링(채권 매입 축소) 속도를 유지하겠다는 점을 수차례 밝혔습니다.

▶이번주 역시 Fed 인사들의 강연이 적지 않은데.

대표적인 매파(통화 긴축 선호)로 꼽히는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방준비은행 총재를 포함해 주요 인사들의 강연이 적지 않습니다.

카플란 총재는 지난주 금요일에도 “물가가 뛰고 있기 때문에 테이퍼링 논의를 빨리 시작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그는 이번주에 추가로 네 차례의 외부 행사를 갖습니다.

클라리다 부의장과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도 별도의 화상 행사에 참석합니다. 시장을 바라보는 이들 시각이 바뀐 게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테이퍼링 논의 시점이 초미의 관심사이기 때문입니다.

금주 마지막 날인 21일엔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가 화상 행사에 참석하고, 카플란 총재와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 토마스 바킨 리치몬드 연은 총재는 한 행사 패널로 공동 출연합니다. 카플란을 빼놓고선 모두 FOMC 위원이기 때문에, 더 관심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번주 Fed 주요 인사들의 강연 일정>

17일(월) 리처드 클라리다 부의장 /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 연은 총재 /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은 총재

18일(화)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은 총재

19일(수) FOMC 의사록(오후 2시) /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20일(목)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은 총재 /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 연은 총재

21일(금) 메리 데일리 샌프란시스코 연은 총재 / 라파엘 보스틱 애틀랜타·로버트 카플란 댈러스·토마스 바킨 리치몬드 연은 총재 토론

▶경제 지표 중에 주목해서 봐야 할 게 있다면.

매주 나오는 신규 주간 실업수당 청구건수를 우선 관심있게 지켜볼만 합니다. 고용이 물가와 함께 당국 정책의 핵심 변수이기 때문입니다.

지난주 목요일에 나왔던 전 주의 실업수당 신규 청구건수는 47만3000건으로, 작년 3월 팬데믹 발생 후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시장 예상치도 밑돌았습니다. 경기 회복세가 상당한 속도로 지속되고 있다는 걸 보여줬습니다.

추가 실업급여(매주 300달러)만 없다면 회복세가 더 빨라질 것이란 지적이 적지 않습니다. 현재 10여개 주(州)가 연방정부의 추가 수당을 중단하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실업자들이 더 적극적인 구직 활동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실업률을 낮추는 쪽으로 작용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IHS마킷이 집계하는 제조업 및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도 주목할 만합니다. 또 다시 긍정적인 지표가 나오면 Fed의 긴축 우려를 자극할 수 있습니다.
광범위한 백신 배포 덕분에 미국의 소매판매가 올해 3~4월 급증세를 보였다. 미 상무부 및 월스트리트저널 제공
광범위한 백신 배포 덕분에 미국의 소매판매가 올해 3~4월 급증세를 보였다. 미 상무부 및 월스트리트저널 제공
별도로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백신 접종자에 한해 실내외 마스크 착용 규제를 해제한다”고 밝힌 뒤 월마트 스타벅스 등 기업들이 새 지침을 따르겠다고 밝혔는데, 이후 확진자가 늘어날 우려가 커질 수 있다는 점도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이번주 예정된 주요 경제 지표>

17일(월) 엠파이어스테이트 제조업지수(5월, 전달엔 26.3)

18일(화) 주택 착공(4월, 전달엔 174만 채)

19일(수) FOMC 의사록(오후 2시)

20일(목)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

21일(금) 마킷 제조업 PMI(5월, 전달엔 60.5) / 마킷 서비스업 PMI(5월, 전달엔 64.7)

▶1분기 실적 발표 시즌이 서서히 마무리돼 가는 것 같다.

이번주엔 약 200개 기업이 성적표를 내놓습니다. 월마트 메이시스 홈디포 타깃 로우스 등 미국의 대표적인 유통업체들이 많습니다. 올 들어 경제 봉쇄가 빠른 속도로 풀렸기 때문이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내놓을지 관심입니다.

SK그룹이 최대주주인 수소에너지 업체 플러그파워는 오는 17일에 1분기 실적을 공개합니다.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 중에서 나스닥이 올해 유독 부진한 모습이다. CNBC 제공
미국 뉴욕증시의 3대 지수 중에서 나스닥이 올해 유독 부진한 모습이다. CNBC 제공
1분기 실적 자체보다 이들 기업이 발표하는 ‘실적 가이던스’에 주목해야 한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2분기나 하반기 전망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1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웃돌더라도 실망 매물이 쏟아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오는 21일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간 정상회담도 예정돼 있습니다.

<이번주 실적 발표하는 주요 기업>

17일(월) 플러그파워 텐센트뮤직 리즈

18일(화) 월마트 홈디포 메이시스 바이두 트립닷컴

19일(수) 타깃 로우스 시스코 JD닷컴 TJX 엘브랜드

20일(목) 콜스 랄프로렌 BJ’s 호멜푸드 로스스토어

21일(금) 풋로커 디어앤코

▶이번주 핵심 이슈를 다시 정리한다면.

이번주엔 ① 물가에 대한 Fed 위원들의 기존 시각이 달라지지 않았는지 ② 경기 호조세가 강화되면서 긴축 우려가 확대되진 않을지 ③ 월마트 타깃 등 유통업체의 실적 가이던스가 긍정적일지 ④ 물가 상승 여진으로 국채 금리가 연 1.7%대로 뛰지 않을지 등이 주목됩니다.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주 금요일 연 1.63%로 마감했다. 미 재무부 및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제공
미국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지난주 금요일 연 1.63%로 마감했다. 미 재무부 및 트레이딩이코노믹스 제공
펀드스트랫의 톰 리 공동 창업자는 “항공 호텔 등 팬데믹 기간 중 가장 타격이 컸던 종목이 바닥을 탈출하는지 지켜볼 만하다”며 “기술주의 경우 펀드 로테이션(기술주→경기 순환주) 우려가 있다”고 했습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