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방역 모범국으로 꼽히던 대만·베트남·싱가포르가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 급증으로 비상이 걸렸다. 한때 방역 모범국 트리오로 불리던 이 나라들은 철저한 격리와 대규모 검사, 엄격한 벌금 부과 정책 등으로 감염을 효과적으로 막았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최근 들어 감염자 수가 세 자릿 수까지 폭증했다.

대만은 지난해 4~12월 코로나19 감염자 '제로'(0) 기조를 유지해 청정지역으로 불렸으나 최근 일일 확진자 수가 200명을 넘었다. 16일에는 무려 207명에 달하는 일일 확진자가 보고됐고 1명을 제외하면 모두 지역감염자였다. 이는 코로나19 발병 이후 최다 기록이다.

전날에도 대만에선 180명의 국내 확진자가 보고됐다. 갑작스러운 확산세에 놀란 주민들 사이에선 생필품 사재기 현상이 벌어졌다. 이에 차이잉원 총통이 직접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1년여 기간 동안의 대비로, 대만의 반(反)팬데믹 물품, 민감 물품, 원자재 등은 충분하고, 상점들도 평소처럼 물품을 보충하고 있다"며 사재기 자제를 당부했다.

대만은 전날 수도 타이베이와 신베이에 코로나 경계 수준을 '3급'으로 높였다. 마스크 없이 외출할 경우에는 과태료가 부과되고 실내에서 5명 이상, 야외에선 10명 이상의 모임은 금지된다. 2주간 영화관 등 오락 시설은 영업이 중단된다. 여행객들에게 빗장도 걸어잠갔다. 대만은 싱가포르·베트남·뉴질랜드·마카오·호주 등을 코로나19 저위험 국가군에서 중위험 국가군으로 조정했다.

또다른 방역 모범국으로 불렸던 베트남에서도 대규모 지역감염 사례가 잇따랐다. 베트남 당국은 지난 15일 신규 확진자가 127명 발생했다고 밝혔다. 그 전날 베트남의 일일 확진자는 165명에 달했으며 관련 사망자가 1명 보고됐다. 올해 들어 베트남에서 처음으로 보고된 코로나19 사망자였다.

베트남은 엄격한 방역 대책으로 비교적 감염을 잘 억제해왔지만 지난달 27일부터 북부 바짱주에 위치한 꽝쩌우 공단에서 집단감염 사례가 발생하며 확진자가 다수 늘어났다.

이후 베트남 공안은 중국인 밀입국자들을 상대로 대대적인 단속을 실시했다. 빈푹성에서 나온 확진자들이 현지에 출장 온 중국인 4명에 의해 감염된 것으로 조사됐기 때문이다.

싱가포르 상황도 마찬가지다. 싱가포르 일간 스트레이츠 타임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싱가포르 보건부는 이날 49명이 신규확진 판정을 받아 누적 확진자가 6만1585명으로 늘었다고 밝혔다. 이 중 지역감염 사례는 38명이었다. 특히 지역감염자 중 18명은 감염경로가 확인되지 않았다.

지역감염자 38명은 지난해 7월 이후로 가장 많은 수치다. 싱가포르는 지난 수 개월간 코로나19 관리에 성공을 거뒀지만 최근 들어 지역감염 사례가 증가하면서 이날부터 외부 모임 허용 인원을 기존 5명에서 2명으로 줄이고 식당 내 식사를 금지하는 등 사회적 거리두기를 강화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