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보급 효과로 미국의 경기 회복세가 뚜렷해졌지만 기업은 그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비행기표부터 식사 예약 등까지 대부분의 제품과 서비스 수요가 급증했지만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기업이 오히려 손해를 보고 있다는 설명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14일 ‘미국 경제는 돌아왔지만 아직 사업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코로나19로 잃어버린 1년여의 시간이 지나고 봉쇄 조치가 해제됐으나 기업은 기회를 되찾을 여유조차 없다”며 미국 산업계가 겪고 있는 혼란을 전했다.

이날 발표된 미국의 4월 소매판매는 전월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다. 당초 2월 대비 9.8% 증가로 발표됐던 3월 소매판매가 10.7% 증가로 상향 조정된 결과다. WSJ는 “4월 소매판매가 월가 예상치(0.8% 증가)엔 미치지 못했으나 3월 수치가 높아진 영향으로 4월에도 경제 재개 흐름을 이어갔다”고 분석했다.

이처럼 미국 경제가 좋아지고 있지만 기업은 경기 회복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 WSJ는 “노동력 부족과 공급망 붕괴, 세계적으로 고르지 못한 회복 속도까지 더해지면서 기업이 급증하는 수요를 토대로 이윤을 내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식당 주인들은 “구인난으로 늦게까지 식당을 운영할 수 없어 오히려 매출이 줄고 있다”고 토로했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 등으로 인해 식료품 및 소비재 업체가 가격을 올리는 점도 부담이 되고 있다. 비용 인상분의 일정 부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면서 인플레이션을 더 부추기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수요도 늘고 있지만 가중되는 반도체칩 공급 부족 사태로 인해 완성차업체는 생산량 줄이기에 나섰다. 시장조사업체 오토포어캐스트솔루션에 따르면 올해 포드는 47만5891대, 제네럴모터스(GM)는 31만9508대의 생산량을 각각 감축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인사 중 대표적 매파로 꼽히는 로버트 카플란 댈러스연방은행 총재는 이날 텍사스 오스틴대 강연에서 “반도체칩 공급 부족 현상 등이 지금 예상보다 훨씬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카플란 총재는 “물가가 계속 높아지면서 미 중앙은행(Fed)의 목표가 양립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가 급등은 일시적 현상”이라는 제롬 파월 Fed 의장 주장과 배치되는 견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