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최대 일간지인 요미우리신문이 16일 "미얀마에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고 있다"고 언급했다.

다하라 노리마사 아시아총국장의 기명 칼럼 형식으로 게재된 이 글에 따르면 미얀마 주재 일본인이 현지인들을 상대로 벌인 한 설문조사에서 지난 2월1일 일어난 쿠데타 이후 인상이 좋아진 나라로 89%가 한국을 꼽았지만 일본을 거론한 사람은 46.9%에 그쳤다.

한국에 대한 인상이 좋아진 이유로는 쿠데타를 규탄하는 "강력한 성명을 발표했다"라거나 "미얀마 시민의 편에 섰다"는 의견이 다수를 차지했다. 다하라 총국장은 미얀마 군부와 이전부터 관계를 맺어온 일본이 쿠데타에 대해 보인 태도가 모호하다는 지적을 받는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한국의 미얀마 군부 비판 태도가 확실히 강하긴 하지만 90%에 가까운 미얀마인들이 한국 호감도가 높아졌다고 한 이유는 다른 데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번 설문 조사에서 한국 호감도가 높아진 이유로 '우리와 같은 일을 겪었다'는 코멘트가 있었는데 실제로 자신이 취재한 미얀마인들한테도 같은 말을 몇 번이나 들었다"고 밝혔다.

1980년의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한국 군부가 탄압한 것을 미얀마인들은 현재 자신들이 겪는 일과 같은 사건으로 공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다하라 총국장은 또 미얀마에서 한국에 공감하는 분위기가 강해지도록 하는데 한몫하는 것으로 광주 항쟁을 소재로 한 영화 '택시운전사'를 들었다.

그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공간에선 '택시운전사'를 보라고 권하는 사람이 끊이지 않고 있다"며 영화 속에서 운전사로 등장하는 송강호가 진압군의 총탄에 쓰러진 시위 참가자의 처참한 모습을 보고 말을 잃는 장면을 거론했다.

한편 국내 문화예술인들은 미얀마 군부의 문화예술계 탄압을 규탄하는 성명을 내고 현지 문화예술계의 군부 저항 운동에 연대의 뜻을 전했다.

14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 인권센터에 따르면 영화, 연극 등 국내 문화예술계 단체 37곳과 개인 355명은 성명을 내고 "미얀마 문화예술계의 용기 있는 저항을 지지하고, 군부의 야만적 탄압을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미얀마 군부는 현재 문화예술계와 전쟁을 선포했다. 군정에 비판적인 입장을 표명해 온 자국의 연극, 영화, 음악, 문화계 인사 등 120여명에 대해 수배령을 내렸고, 100년 역사의 현지 영화계는 절멸의 위기에 놓였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들이 공개한 현지 문화예술계 탄압 실태를 보면 유명 영화감독 민 틴 꼬꼬 기와 3명의 작가 딴몌인아웅, 마웅따초, 틴린 우가 체포됐다. 민주화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시인 몌인예인진과 께이자는 지난 3월3일 살해됐다. 오랜 기간 군정을 비판해 온 코미디언 자가나도 이달 6일 구금됐다.

타격이 큰 곳은 영화계로, 100여 명에 대한 체포령이 내려졌다. 민 틴 꼬꼬 기 감독 외에도 인기 모델이자 배우 빠잉다콘, 하이틴 배우 출신인 에인드라 조진, 그의 남편이자 배우인 뻬이띠우, 미얀마 아카데미상을 4차례 받은 국민배우 겸 감독 루민도 체포됐다.

미얀마 힙합 가수 제너레이션 웨이브, 헤비메탈 커버로 유명한 가수 코니, 음악 프로듀서 우찌윈도 수배 리스트에 이름이 올랐다. 미얀마 문화예술인에 대한 군부 탄압 실태가 상세하게 공개되지 않은 탓에 실제 문화예술계가 본 피해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됐다.

국내 문화예술인들은 "어느 때보다도 야만적이고 심각한 미얀마 문화예술계 탄압에 강력한 우려를 표명하지 않을 수 없다"며 "시대의 아픔과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손을 잡는 것이 문화예술인들의 사회적 책무"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한국의 민주화운동에 기꺼이 함께 연대해온 해외 문화예술인의 연대를 기억하는 우리는 미얀마 문화예술인의 정당하고 용기 있는 실천을 지지하고 연대한다"고 다짐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