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과일보 "9~10개월 버틸 자금만 남아"…증시 퇴출 전망도
벼랑에 몰린 홍콩 반중매체 빈과일보…"홍콩언론계 냉각"

홍콩의 대표적 반중매체 빈과일보가 벼랑에 몰리면서 홍콩 언론계에 위기 경보가 켜졌다.

1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홍콩 정부가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을 근거로 빈과일보 사주 지미 라이(黎智英)의 자산을 동결한 것은 빈과일보에 대한 압력일 뿐만 아니라 홍콩 언론계를 냉각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홍콩 정부는 지난 14일 국가안보를 해치는 범죄행위와 관련있는 것으로 의심할만한 합리적 이유가 있는 재산에 대해 처분을 막을 수 있다는 홍콩보안법의 조항을 인용, 라이의 자산을 동결했다.

SCMP는 홍콩보안법을 인용해 자산 동결 결정이 이뤄진 것은 처음이며, 동결된 자산 규모가 5억 홍콩달러(약 727억원)에 가깝다고 밝혔다.

동결된 자산은 라이 소유의 빈과일보 모회사 넥스트디지털 지분 70% 및 그가 소유한 다른 회사 3곳의 은행계좌 내 금액 등이다.

빈과일보는 라이의 자산 동결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인 지난 15일 평소와 다름없이 신문을 발간하며, 임직원은 회사가 처한 위기에도 두려움 없이 계속해서 진실을 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대만 빈과일보의 경영이 개선되지 않거나 추가로 자금 지원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앞으로 9~10개월 정도 버틸 자금만 남았다고 공개했다.

대만 빈과일보는 최근 경영 악화로 지면 발행을 중단했다.

앞서 라이는 자신이 개인적으로 넥스트디지털에 최고 7억5천600만 홍콩달러를 대출해주겠다는 계약에 서명했고 지난해 9월 현재 이미 5억 홍콩달러를 대출해줬다.

그러나 라이의 자산이 동결되면서 넥스트디지털은 추가 대출의 기회가 차단됐다.

라이는 현재 홍콩보안법 위반 등 여러혐의로 기소됐으며, 그중 2019년 2개의 불법집회에 참여한 혐의로 지난달 징역 14개월을 선고받고 수감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홍콩 경찰 총수인 크리스 탕 경무처장은 최근 '가짜 뉴스'와의 전쟁을 선포했는데, 홍콩 언론은 이를 빈과일보를 겨냥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또 렁춘잉(梁振英) 전 홍콩 행정장관은 전날 페이스북에 빈과일보가 "체제 전복적인 정치 조직"이라며 "정말 언론이 맞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넥스트디지털의 최대 투자자인 라이의 자산 동결로 월요일 증시가 개장하면 넥스트디지털의 거래가 중단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콩 명보는 홍콩 주권 반환일인 7월1일 이전에 빈과일보 운영이 중단될 것이라는 소문이 돌고 있다고 전했다.

SCMP는 빈과일보의 공식적인 입장에도 직원들은 동요하고 있으며, 신문 운영중단과 체포의 위험 등을 걱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홍콩중문대 그레이스 렁 교수는 SCMP에 "넥스트디지털이 처한 상황은 홍콩 매체의 운신의 폭이 제한적임을 보여주며 전체적인 환경이 더이상 예전같지 않다는 것을 상기시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른 매체들은 홍콩보안법의 영향에 대해 다시 생각해야할 것"이라며 "압력은 증가할 것이며 더이상 두려움으로부터의 자유는 없다"고 덧붙였다.

라우시우카이(劉兆佳) 중국 홍콩마카오연구협회 부회장은 "넥스트디지털은 정치적 압력에 점점 더 직면할 것이며 생존은 더 어려워졌다"며 "일례로 투자자들에게 점점 덜 매력적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새로운 정치 환경에서 중국 정부는 국가안보나 사회의 안정을 해치는 행동을 진압하고 상황을 바로잡겠다는 뜻을 분명히 해왔다"며 "홍콩 정부 역시 이를 집행하는 데 더 강력한 법적 권한을 부여받았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중국 정부가 모든 반대 목소리를 제거하려고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반중'이라고 생각되는 매체만 겨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크리스 융 홍콩기자협회는 명보에 "정부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빈과일보를 압박하며 기자들이 두려움 속에 자기검열을 하도록 '심리전'을 펼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반 초이 홍콩중문대 정치행정학과 선임 강사는 "자산 동결 조치는 국내외 투자자들을 불안하게 만들 것이며 홍콩에서 자금이 빠져나가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대만의 중국담당 부처인 대만대륙위원회는 전날 성명을 통해 "라이의 자산 동결은 홍콩인의 자산에 대한 홍콩보안법의 위협을 보여주며, 국제사회에 홍콩 사업의 위험성이 증가하고 있음을 알려준 것"이라고 비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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