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대형 M&A 손떼고 스타트업 투자 500곳 늘리겠다"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앞으로 초대형 인수·합병(M&A)으로 사세를 한 번에 키우는 대신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투자를 500곳까지 늘려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손정의 회장은 14일 니혼게이자이신문과 인터뷰에서 "(사업회사를 인수하는 방안을) 지금은 생각하지 않는다"며 "자금력을 비전펀드에 집중해 투자처를 400곳, 500곳으로 늘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손 회장과 소프트뱅크그룹은 지금까지 영국 보다폰 일본법인(현 소프트뱅크), 미국 3위 이동통신 업체 스프린트넥스텔, 세계 최대 반도체 설계회사 ARM 등 대형 M&A를 통해 성장해왔다.

앞으로는 이러한 M&A 대신 다수의 스타트업 기업에 소규모 투자를 늘리겠다고 공언한 것이다. 손 회장은 투자전략을 바꾸는 이유를 "(대형 M&A로 사업회사를 인수하는 것은) 효율이 나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무리 전략'이라는 투자전략을 내세운다. 인공지능(AI) 등 정보기술(IT) 기업 여러 곳에 집중 투자해 하나의 선단으로 묶는 방식이다. 손 회장은 "정보혁명이라는 방향으로만 날아가는 무리를 만들 것"이라며 "이들 투자대상 기업의 경영진과 지혜를 모아 논의한 전략은 일반 투자회사의 그것과는 다르다"고 설명했다.

현재 손정의 회장은 소프트뱅크그룹 산하 세계 최대 벤처캐피털(VC)인 비전펀드 1~2호를 통해 224곳의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있다. 투자기업의 가치가 급등하면서 소프트뱅크는 지난해 일본 기업 사상 최대인 4조9879억 엔(약 51조5000억 원)의 순이익을 냈다.

손 회장은 "(비전펀드 운영 초기였던) 2년전에는 순전히 감으로 투자를 했다면 이제는 투자회사로서의 짜임새가 생겼다"고 말했다.

AI 등 IT 스타트업이 버블 수준으로 고평가됐다는 우려도 있다. 손 회장은 "20~30% 정도의 주가변동은 항상 있는 일이기 때문에 소프트뱅크그룹의 순익도 분기에 1조엔씩 늘고 주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며 "중요한 것은 상장사로 성장하는 회사를 늘려나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3월말 현재 비전펀드는 상장(IPO)이나 지분 매각을 통해 14개 회사의 투자금을 회수(엑시트)했다. 손 회장은 "올해는 (투자금을 회수하는 기업이) 수십 곳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를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는 "적자를 내더라도 사업성을 제시하면 상장할 수 있다는 메리트가 있지만 투자대상 기업의 대부분은 일반적인 기업공개(IPO)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소프트뱅크그룹은 투자실패 사례로 거론되는 공유오피스 기업 위워크를 SPAC을 활용한 방식으로 상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위워크와 최근 파산한 영국 금융회사 그린실캐피털 등 투자실패 사례에 대해서는 "반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손 회장은 "위워크의 창업자인 애덤 뉴먼을 너무 높게 평가했다"며 "사고가 나더라도 가족이 자동적으로 지위를 승계하는 등 창업자의 요구 상당수를 지나치게 안이하게 받아들였다"고 말했다.

그는 "스타트업의 95%가 출자단계에서는 적자인데다 적자폭이 점점 늘어나는 상태"라며 "한발만 잘못 딛으면 나락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이러한 회사에 투자하는 것은 용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올해 63세인 손 회장은 후계자에 대한 계획도 밝혔다. 그는 "60대에 후계자 후보를 추릴 것"이라며 "의욕이 사라지지 않는한 70세, 80세까지도 회장 등 어떤 형태로든 경영에 관여하고 싶다"고 말했다.

후계자의 조건으로는 "비전을 공유할 수 있고, 테크놀로지에 관심이 크면서도 금융도 이해하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여러 차례 검토했던 지분 인수를 통한 상장폐지에 대해선 "얼마간 있을 수 있는 일이지만 지금은 코멘트할 수 없다"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