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킹당한 美 최대 송유관 셧다운 '후폭풍'

유류 수송 닷새째 중단
노스캐롤라이나·버지니아 등
동남부 기름탱크 빠르게 '고갈'

여행 수요에 연휴까지 겹쳐
심리적 저항선인 3달러 돌파
바이든, 규제 풀어 공급 확대
“버지니아 항구도시 노퍽 지역의 주유소 60%에 기름이 없다.”(패트릭 한 가스버디 애널리스트)

미국 동남부지역에서 ‘주유 대란’이 벌어졌다. 이 지역 유류 수송의 45%를 담당하는 콜로니얼파이프라인이 사이버테러로 공급을 중단한 지 닷새를 넘기면서다. 휘발유값은 심리적 마지노선인 갤런당 3달러를 넘었다. 주유소마다 드럼통, 비닐봉지에 휘발유 등을 ‘패닉바잉’하는 사람들에 대한 목격담이 이어졌다.

미 정부는 워싱턴DC와 12개 주의 환경 규제를 유예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기름 바닥난 미 동남부
"주유소에서 5시간 대기"…美 '패닉 바잉'에 휘발유값 7년來 최고

미국 휘발유 소매가격 조사기관인 가스버디에 따르면 11일 밤 11시(현지시간) 기준 노스캐롤라이나주에서 기름 탱크가 빈 주유소는 16%에 이른다. 주유소 여섯 곳 중 한 곳에 기름이 없다는 얘기다.

동남부지역 주유소에서는 기름 탱크가 바닥을 드러냈다. 조지아 주유소의 10.4%, 버지니아 10.2%에서 기름 재고가 고갈됐다. 이들 지역에서만 1800곳의 주유소에서 기름 부족을 호소했다.

워싱턴DC 인근 지역도 상황이 심각하다. 버지니아와 메릴랜드 일부 지역에서는 운전자들이 주유소에서 기름을 채우기 위해 5시간 넘게 기다렸다. 휘발유가 떨어지기 전 주입을 서두르면서 기름통의 4분의 3을 채운 차량도 추가 주유를 위해 대기했다.

기름 고갈을 우려한 소비자들이 사재기를 하면서 유류 부족 현상은 더 심해졌다. 미국 전역에서 휘발유 등의 수요가 20% 넘게 급증했다. 남부지역 기름이 고갈되자 차량을 가진 운전자가 북쪽으로 몰리면서 패닉바잉 행렬이 미국 전역으로 확산됐다. 공급이 줄어든 데다 수요까지 늘면서 휘발유값은 7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미 자동차협회(AAA)에 따르면 12일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은 갤런당 3.008달러다. 한 주 전보다 2.5% 급등했다. 2014년 10월 갤런당 3달러를 넘은 뒤 7년 만에 가장 높은 수치다.

이달 말 메모리얼데이 연휴를 맞아 코로나19로 억눌렸던 여행 수요가 되살아나면 차량 연료 품귀 현상이 심해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바이든 정부, 환경 규제 완화
조 바이든 정부는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워싱턴DC와 메릴랜드 등 12개 주의 환경 규제를 완화해 연료 배급을 확대할 수 있도록 했다. 이들 지역에서 환경 조건에 미달한 재래식 휘발유도 팔 수 있도록 했다. 10개 주에선 운송 차량에 평소보다 많은 양의 기름을 실을 수 있도록 했다. 미 교통부는 외국 유조선이 휘발유와 경유 등을 동부 항구로 운송할 수 있도록 조정했다.

조지아·버지니아·노스캐롤라이나 주정부는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제니퍼 그랜홀름 미 에너지부 장관은 “휘발유 사재기를 자제해 달라”고 촉구했다.

미국 정부는 콜로니얼의 송유관 가동 재개 여부를 조만간 결정할 계획이다. 관건은 정상화 시기다. 휴스턴에 있는 휘발유를 미 동부지역으로 보내기까지 15일 정도 걸릴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은 예상했다. 이보다 무거운 디젤은 19일 정도 소요될 것으로 내다봤다.

미 최대 송유관 운영사인 콜로니얼은 멕시코만의 미국 정유시설에서 생산한 각종 석유제품을 미 남동부에 전달한다. 매일 휘발유와 디젤 항공유 등을 250만 배럴가량 운송한다. 콜로니얼은 지난 7일 다크사이드의 랜섬웨어 공격으로 유류 수송을 멈췄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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