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카르텔로부터 마을 지키려는 주민들, 어린이 동원 '퍼포먼스'로 관심 호소
멕시코 시골 어린이들이 총을 든 이유…"정부 향한 절박한 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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앳된 눈만 내놓은 채 복면을 쓴 어린이들이 고사리 같은 손으로 총을 들고 있다.

멕시코 안팎의 언론에 몇 차례 등장한 이러한 사진들은 멕시코 시골 마을 아이들이 마약 카르텔 등에 맞서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군사훈련을 받고 마을을 순찰하는 모습이다.

어린 아이들까지 무기를 들어야 하는 상황에 대한 충격과 분노, 안타까움을 자아내는 이 장면들은 그러나 실제 훈련장면이라기보단 '퍼포먼스'에 더 가깝다고 AP통신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AP통신은 "아이들 중 실제로 총을 들고 마을을 순찰하는 아이들은 거의 없다"며 "범죄에서 마을을 지키기 위해 연방정부의 관심을 끌려는 절박한 시도"라고 전했다.

남서부 게레로주 산악 마을 아야우알템파의 아이들도 지난달 취재진이 오는 날에 맞춰 총을 들고 마을을 행진했다.

일부는 진짜 총을 들었고 아주 어린 아이들에겐 가짜 총이 주어졌다.

멕시코 시골 어린이들이 총을 든 이유…"정부 향한 절박한 호소"
2014년 교대생 43명 실종 사건이 발생한 곳이기도 한 게레로주는 멕시코 내에서 카르텔 범죄가 잦은 지역 중 하나다.

아야우알템파 인근에선 '아르디요스'라는 카르텔과 '로스 로호스' 카르텔 등이 세력 다툼을 벌이고 있다.

그 과정에서 민간인을 대상으로 한 납치, 약탈, 살인 등의 범죄도 벌어지지만 공권력은 외딴 마을에까지 미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경단을 조직하고 무기를 든 주민들은 상황이 얼마나 심각하고 그들이 얼마나 절박한지를 보여주기 위해 아이들을 동원해 '자극적인' 장면을 연출하는 것이다.

12살 발렌틴 토르비오는 AP 기자에게 "기자들이 인터뷰하러 올 때만" 총을 들고 행진한다고 말했다.

그는 "대통령이 우리를 보고 도와주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2019년 아이들의 군사 훈련 영상을 공개한 자경단원 베르나르디노 산체스 루나는 "이렇게 하지 않으면 (정부가) 신경도 쓰지 않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근 알코사칸 마을에서도 15살 소년을 비롯한 주민 10명이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 후 비슷한 퍼포먼스를 했다.

멕시코 시골 어린이들이 총을 든 이유…"정부 향한 절박한 호소"
17명의 마을 아이들이 진짜 총을 들고 취재진 앞에 행진한 후 당국이 피해자 유족에게 장학금과 주거지를 지원했다.

지난달 아야우알템파 마을 아이들의 퍼포먼스도 일단 정부의 관심을 끄는 데는 성공했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아동 착취와 자경단 활동을 비판하면서 "정부가 공공의 안전을 보장해야 한다.

공백이 있다면 메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주민들이 원하는 국가방위대 배치나 범죄 피해자 지원은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어린이 자경단의 모습이 보도될 때마다 국제 아동인권단체 등의 비판도 나온다.

그러나 지역 인권운동가인 아벨 바레라는 시골 아이들이 굶거나 범죄에 희생되는 것엔 무감각하다 무장한 모습에만 분노하는 외부의 행태를 비판했다.

그는 "주민들은 아이들이 이슈가 되는 것이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데 효과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로 주민들은 마을이 안전해질 때까지 아이들에게 총을 들려 행진시키는 일을 계속할 계획이라고 AP통신은 전했다.

멕시코 시골 어린이들이 총을 든 이유…"정부 향한 절박한 호소"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