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회복 기대감에 '사상 최고'
금속·원유·농산물 등 24개 품목
가격변동지수 올들어 26% 상승
中-호주 갈등 여파로 더 치솟아

中 생산자물가 41개월만에 최고
원자재發 인플레 압력 커져
철광석과 구리 값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코로나19 위기를 벗어나고 있는 미국과 중국 등에서 건설·인프라 경기가 살아나면서다. 친환경 에너지 소비가 늘면서 원자재 슈퍼사이클(장기호황)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잇따르고 있다.

원료 부담이 커지면서 제조 원가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박도 높아지고 있다. 중국의 4월 생산자물가지수(PPI) 상승률은 4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천장 뚫린 철광석·구리값…인플레 '부채질'

계속되는 원자재 랠리
10일(현지시간) 런던금속거래소(LME)에서 구리 선물(3개월물) 가격은 사상 최고인 t당 1만747.50달러까지 뛰어오른 뒤 1만374달러로 마감했다. 싱가포르거래소의 6월 인도분 철광석 가격도 t당 226.25달러로 최고가를 갈아치웠다.

원자재 랠리를 이끄는 것은 구리와 철광석뿐만이 아니다. 항공기와 자동차 제작 등에 사용되는 알루미늄도 산업용 금속 랠리를 이끌었다. 알루미늄 가격은 2011년 이후 최고 수준이다. 이들 금속 원자재와 원유, 설탕, 옥수수, 육류 등 24개 원료 품목 가격 변동을 반영하는 S&P GSCI 지수는 올 들어 26% 상승했다.

다른 생산재 가격도 요동치고 있다. 구리 추출에 쓰는 황산은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구리 채굴을 늘리면서다. 구리는 황산 용액이 담긴 수조에 넣고 전류를 흘려보내 순도를 높인다. 통상 t당 60달러 수준이던 황산 현물 가격은 160~170달러로 급등했다. 황산 품귀가 이어지면 칠레 구리 생산량의 12%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높아진 철광석 가격에 해상 운송 비용도 상승했다. 세계 3대 선박 요금을 나타내는 발틱드라이지수는 지난해 4월 이후 700% 넘게 뛰었다. 최근 10년간 가장 높은 수준이다. 18만t 선박의 하루 운송 비용은 4만1500달러로 한 달 전의 두 배 수준이다. 지난해 평균보다 8배 높다.
중국-호주 갈등도 가격 불안 부채질
원자재 랠리는 강력한 경기 회복 신호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2011년 구리값 상승은 황금기를 맞았던 중국 경제가 이끌었지만 이번에는 다양한 국가에서 경기 회복 신호가 포착되고 있다. 선진국에서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친환경 에너지 소비를 늘리는 데다 미국 내 인프라 지출이 증가한 게 영향을 줬다. 미국에서는 건설 성수기인 여름을 앞두고 목재값도 올라가고 있다.

골디락스(장기 호황) 시나리오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제프리 커리 골드만삭스 글로벌 리서치 책임자는 “미국, 유럽, 중국 간 균형 잡힌 성장을 지켜보고 있다”며 “우리는 새로운 세계 속에 있다”고 했다.

중국과 호주 간 갈등이 원자재 가격 고공행진을 부채질한다는 분석도 있다. 호주는 세계 최대 철광석 생산국이다. 철광석 수입의 60% 이상을 호주에 의존하는 중국은 호주산 제품에 높은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호주가 미국이 주도하는 안보협의체인 쿼드에 참여하는 것에 대한 보복 조치다. 세계 두 번째로 철광석을 많이 채굴하는 브라질에서 코로나19가 확산하는 것도 가격 상승에 영향을 줬다.
中서는 인플레이션 조짐도
원자재값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우려도 커지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4월 PPI가 전년 동월 대비 6.8% 상승했다고 11일 발표했다. 2017년 11월 6.9% 이후 3년5개월 만의 최고치다.

중국의 PPI는 지난해 코로나19 여파로 2월부터 12월까지 11개월 연속 마이너스에 머물렀다. 작년 하반기부터 수출 회복으로 공장 가동률이 올라가면서 올해 1월 플러스로 돌아섰다. 1월 0.3%, 2월 1.7%, 3월 4.4% 등 가파른 상승세다.

석유·천연가스류가 85.8%, 철광석류가 38.3%, 비철광석류가 15.7% 올랐다. 석유 가공제품은 23.8%, 철강제품은 30.0%, 비철금속제품은 26.9% 뛰었다. 주요 원자재 채굴부터 생산까지 모든 단계에서 상승했다. 구리, 철광석 등의 글로벌 가격 상승이 PPI 상승세를 이끌고 있다는 분석이다. 중국에선 호주와의 갈등으로 철광석 수입이 줄어들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면서 일부 업체들이 철광석 사재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지현 기자/베이징=강현우 특파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