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전 에이즈 복제약처럼 지식재산권 일시 면제 재차 촉구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 '백신 아파르트헤이트' 경고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을 둘러싼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들 사이의 극단적 격차를 두고 "백신 아파르트헤이트"라면서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아파르트헤이트는 1994년 이전 남아공에서 백인 소수정권이 다수 흑인 등을 정책적으로 인종 차별한 것을 이른다.

라마포사 대통령은 이날 주례 국민 담화문에서 "선진국과 부국들의 사람들은 안전하게 백신을 맞는 반면 가난한 나라에서 수백만 명이 (접종을 하지 못한 채) 대기하다 죽어가는 상황은 백신 아파르트헤이트에 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것은 좀 더 평등한 세상을 실현하려는 우리의 추구와 미래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에 대처하는 우리의 능력에 파괴적 선례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백신 생산을 촉진하기 위한 지식재산권 면제를 다시 한번 촉구했다.

그는 20년 전에도 남아공이 후천성면역결핍증(AIDS·에이즈) 팬데믹 한가운데 있을 때 다국적 제약사에 대해 항레트로바이러스 치료제를 적정 가격에 생산하기 위한 복제약 수입 및 생산을 둘러싸고 소송을 벌여 승리했음을 상기시켰다.

당시에도 제약산업 대표들은 남아공 정부에 대해 무역 관련 지식재산권협정(TRIPS) 위반이라고 항의했으나 정부와 시민사회의 거대한 반발 후 결국 2001년에 소송을 포기했다는 것이다.

그는 남아공이 인도와 더불어 이번 코로나바이러스 팬데믹에도 세계무역기구(WTO)에 전례없는 비상 상황이므로 백신과 의약품을 둘러싼 일부 TRIPS를 한시적으로 면제하자고 제안했다면서 선진국 등의 시민사회가 힘을 실어달라고 호소했다.

TRIPS 일시 면제에는 미국을 비롯한 100개국 이상이 지지해 탄력을 받은 상황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현재 백신 제조역량의 55%는 동아시아에, 40%는 유럽과 북미에, 5% 이하는 아프리카와 남아메리카에 각각 있다"라면서 남아공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백신 생산 역량을 가진 5개국 중 하나로 코로나19와 다른 주요 질병에 대한 글로벌 백신 제조를 증대시킬 준비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