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매체 "공자학원·관영매체·대사관 등이 공격"
"'당신을 지켜보고 있다'…유럽의 중국 연구자들 압박 가중"
중국 문제를 연구하는 유럽의 연구자들에 대한 중국 측의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0일 보도했다.

중앙유럽아시아연구소의 소장인 슬로바키아 학자 마체이 시말시크는 지난 3월 30일 이메일을 열어보고 깜짝 놀랐다.

그가 SCMP에 공개한 이메일에는 "잠은 잘 자고 있나? 길을 걸을 때 매우 스트레스를 받고 있을 거야"라고 적혀 있었다.

다음날 같은 발신인으로부터 온 두번째 메일에는 "인내심을 가져라. 빅 브라더가 너를 지켜보고 있다"는 내용과 함께 '브라티슬라바의 공자학원 원장'이라는 직함이 적혀 있었다.

발신자는 슬로바키아 수도 브라티슬라바에 있는 중국 공자학원의 원장이었다.

중국의 자금 지원을 받는 공자학원은 수업과 교재를 통해 중국 언어와 문화를 알리는 기관이다.

전세계 162개국에 541개가 세워진 것으로 알려졌다.

시말시크는 자신이 공동저자로 참여한 슬로바키아 내 중국 기관의 자금과 영향에 대한 보고서가 나온 후 해당 이메일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그간 익명의 공격은 많이 받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며 "중국 준정부 기관과 권력을 가진 곳에서 공식적 직함을 가진 누군가로부터의 공격이라는 점이 우려스럽다"고 지적했다.

SCMP는 이후 해당 공자학원 원장은 "농담이었다"며 사과를 했지만, 이는 유럽에서 자국에 대한 비판에 재갈을 물리려는 중국 정부의 일련의 행위 중 하나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더블린대 아시아 전문가 알렉산더 듀칼스키스는 "중국 정부와 연관된 기관들이 중국 정부에 불리한 사실을 폭로한 연구자들을 처벌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에도 중국 문제 연구자들이 중국 비자를 거절당하거나 중국 내 정보 접근과 심지어 현지 친구를 사귀는 데 있어 어려움을 겪는 것은 흔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에는 전략이 좀더 공개적으로 바뀐 듯하다"며 "관영 매체나 대사관을 통해 연구자들을 공격하고 몇몇은 제재하며, 나머지는 겁을 먹기를 바라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월 프랑스 주재 중국 대사는 대만 문제와 관련해 현지 학자를 '삼류 폭력배'라고 비판했고, 며칠 후 중국 정부는 신장 문제와 관련해 독일의 저명 싱크탱크인 메르카토르중국학연구소(MERICS)와 유럽의회 인권소위원회를 제재 명단에 올렸다.

유럽의회 인권소위원회 한나 노이만 공동 위원장은 "우리가 행사에 초청한 일부 중국 연사들이 제재 대상 기구에 협조할 경우 자신들도 똑같이 제재를 받을 것을 우려해 참가 의사를 철회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유럽 연구자들에 대한 제재를 비판하는 유럽 싱크탱크 대표들의 공개서한에 이름을 올린 한 인사는 SCMP에 서한 발표 후 중국 대사관 관리들로부터 "중국의 이름에 먹칠한 자들에는 대가가 따를 것"이라는 경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식의 위협이 증가하고 있다"며 "중국 대사관은 자국 정부로부터 최근 중국과 유럽 관계에 대해 조직적으로 대응하며 우려를 표하라는 지령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