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유명 문화평론가 쿠에바, 현지매체 통해 한국문화 폭넓게 다뤄
"한국문화, 젊고 활기차고 전위적…한국·중남미 정서 비슷"
[비바라비다] 서울올림픽에 푹 빠졌던 멕시코 청년, 한국문화 전도사로
[※ 편집자 주 : '비바라비다'(Viva la Vida)는 '인생이여 만세'라는 뜻의 스페인어로, 중남미에 거주하는 한인, 한국과 인연이 있는 이들을 포함해 지구 반대편에서 열심히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의 소식을 전하는 특파원 연재 코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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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의 어떤 언론인도 나보다 한국문화를 많이 다루진 않았다.

난 아주 오랫동안 서울에서 건너온 모든 것들을 비평하고 분석하고 보도했다.

"
멕시코의 유명 문화평론가 알바로 쿠에바(53)는 최근 현지 일간 밀레니오에 쓴 칼럼을 이렇게 시작했다.

그가 한국 문화에 대한 자신의 전문성을 새삼스럽게 내세운 이유는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다이너마이트'가 얼마나 훌륭한지를 말하기 위해서였다.

이 칼럼에서 그는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하건대 BTS는 오랜 시간 동안 인류에게 일어난 가장 멋진 일"이라며 "이들은 새로운 비틀스이고 다이너마이트는 모두가 들어야 하는 걸작"이라고 극찬했다.

굳이 자신의 입으로 말하지 않아도 자타공인 멕시코 최고의 한국문화 전문가로 꼽히는 쿠에바는 9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한국문화와의 첫 만남이 1988년 서울올림픽 때였다고 말했다.

"스무 살 때 TV로 서울올림픽을 보면서 단숨에 한국문화와 사랑에 빠졌습니다.

그때만 해도 한국문화를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는데 전 워낙 감명을 받아 태권도까지 배웠죠. 몸이 따라주지 않아 오래는 못 배웠지만 이후 제 아들이 태권도를 배워 빨간 띠 까지 땄어요"
그러고 나서 한참 뒤인 2002년 멕시코 방송에서 '이브의 모든 것'이 방송되면서 'K드라마'가 멕시코에 상륙했고 쿠에바와 같은 팬들이 인터넷으로 더 많은 한국 작품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비바라비다] 서울올림픽에 푹 빠졌던 멕시코 청년, 한국문화 전도사로
이후 슈퍼주니어와 함께 K팝도 태평양을 건넜고 현재 많은 멕시코인이 한국문화를 즐기고 있다.

멕시코 내 여러 매체를 통해 다양한 문화평론을 하는 쿠에바는 BTS뿐 아니라 블랙핑크, 슈퍼주니어, 레드벨벳, 소녀시대, 싸이 등 다양한 한국 가수들의 노래를 듣는다.

드라마 중엔 '별에서 온 그대'를 '최애' 작품으로 꼽으면서 '겨울연가'에 깊은 감동을 받았고 '도깨비'가 너무나 아름다웠다고 말했다.

쿠에바는 이러한 한국의 대중문화 작품들이 "한국의 정신을 완벽하게 반영한다"고 말한다.

"젊고 활기차고 전위적이면서 전통적 공식과도 동떨어져 있지 않습니다.

기쁨을 주다 긴장감을 주고, 웃기다가 생각하게 만들고, 아름다움에서 예상치 못한 기묘한 것으로 이끌며 가장 민감한 신경을 자극하죠."
멀고도 낯선 나라 한국의 문화가 멕시코 등 중남미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이유에 대해 쿠에바는 "한국과 중남미 문화가 매우 닮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한국과 중남미 사람들 모두 가족과 노동, 정의, 사랑의 가치를 믿고 조상들과 젊은 사람들을 중시하며, 유쾌하면서도 영적인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비바라비다] 서울올림픽에 푹 빠졌던 멕시코 청년, 한국문화 전도사로
다른 나라에서와 마찬가지로 멕시코에서도 K팝 등을 일부 마니아의 서브컬처로 보는 시각도 있지만 쿠에바는 "시간이 지나고 더 많은 이들이 한국 콘텐츠를 접하면 달라질 것"이라고 확신했다.

이를 위해 그는 좋은 한국 문화 콘텐츠를 계속 공급하는 것과 동시에 TV나 인터넷 등을 통해 한국 문화의 배경과 의미 등을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K드라마가 멕시코에 상륙하기 전 1990년대 초 멕시코 어린이 드라마 '카루셀'(Carrusel·회전목마)이 '천사들의 합창'이라는 이름으로 한국 어린이들을 사로잡았다.

쿠에바는 "멕시코 문화산업의 우선순위가 바뀌면서 멕시코가 이전만큼의 드라마 강국은 아니지만 최근엔 영화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 문화가 멕시코인들을 사로잡았듯 한국인들도 멕시코의 이야기를 좋아할 것이라며, 알폰소 쿠아론, 알레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 기예르모 델토로 등 멕시코 감독들의 영화를 한국 관객에 추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