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권거래소(NYSE)가 ‘중국군 통제기업’으로 분류된 차이나모바일, 차이나텔레콤, 차이나유니콤 등 중국 3대 통신사 퇴출을 확정했다. 이들 3사가 상장폐지 결정을 번복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중국군 통제기업에 대한 투자 금지 조치가 ‘조 바이든 시대’에도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中 통신 빅3, 결국 뉴욕증시 퇴출…'트럼프 뒤집기'는 없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7일 이들 3사가 NYSE의 퇴출 결정 뒤집기에 실패했으며 홍콩 증시에 이 같은 사실을 공시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뉴욕증시에 상장된 이들 3개사의 주식예탁증서(ADR)는 상장폐지 절차를 밟는다.

이번 조치는 지난해 11월 트럼프 전 대통령이 중국군과 연계된 기업에 대한 미국인의 투자를 금지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하면서 비롯됐다. NYSE는 그해 12월 31일 이들 3개사를 상장폐지하겠다고 발표했지만 나흘 만에 퇴출 방침을 거둬들였다. 하지만 스티븐 므누신 당시 재무장관이 전화를 걸어 ‘퇴출 철회’에 반대한다고 밝히자 다시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이후 이들 3사는 바이든 대통령 취임 직후 NYSE에 ‘상장폐지 결정을 번복해 달라’고 요청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트럼프 뒤집기’에 기대를 건 것이다. 하지만 NYSE는 재심 결과 상장폐지 방침을 확정했다.

이와 관련해 블룸버그통신은 이날 복수의 소식통을 인용해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군과 연계된 기업에 대한 트럼프 전 대통령의 투자 금지 조치를 계속 유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NYSE의 이번 결정으로 바이든 행정부의 이 같은 기류가 확인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에 따라 또 다른 중국군 통제기업인 중국해양석유(CNOOC)도 뉴욕증시에서 퇴출될 가능성이 높다. NYSE는 이 기업도 상장폐지하기로 했는데 CNOOC는 이에 반발해 재심을 요청한 상태다.

미 국방부가 중국군 통제기업으로 분류한 중국 기업은 44개사에 달한다. 중국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 중국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수탁생산) 업체인 SMIC 등도 이 리스트에 포함된다. 이들 기업 대부분은 중국 증시나 홍콩 증시에 상장돼 있지만 중국 통신 3사와 CNOOC 등은 미 증시에 ADR 형태로 상장돼 있다.

중국군과 연계된 기업에 대해선 미 연기금, 투자회사, 상장지수펀드(ETF), 인덱스펀드 등의 투자가 금지되며 기존 보유 주식도 일정 기간 내 처분해야 한다. 미국인의 투자 자금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해치는 중국군 통제기업에 흘러들어가선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미 행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글로벌 투자자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중국 통신 3사 등 중국군 통제기업으로 분류된 일부 중국 기업은 올초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S&P다우존스지수, FTSE러셀 등 글로벌 투자자들이 자금을 배분할 때 기준으로 삼는 주요 벤치마크 지수에서 제외됐다.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이 ‘내정’이라고 주장하는 대만 문제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에서 이달 말 열리는 세계보건총회 연례회의에 대만을 옵서버 자격으로 초청해 달라고 세계보건기구(WHO)에 요청했다.

주요 7개국(G7) 외교장관들은 지난 4~5일 영국 런던에서 열린 회담 후 대만의 세계보건총회 참석을 지지하는 성명을 냈다. 그런데도 블링컨 장관은 별도 성명을 통해 대만 문제를 건드리며 중국을 압박한 것이다. 정치전문지 더힐은 “블링컨의 요청은 대만이 중국에 예속돼 있다고 보는 중국을 들쑤실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