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최고경영자(CEO·사진)가 설립한 미국 우주탐사기업 블루오리진이 오는 7월 처음으로 민간인을 태우고 우주 관광에 나선다. 우주 경계선으로 불리는 고도 100㎞의 ‘카르만 라인’까지 올라가 몇 분간 무중력 체험을 하면서 지구를 관찰하고 내려오는 상품이다. 블루오리진뿐만 아니라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이끌고 있는 스페이스X, 리처드 브랜슨의 버진갤럭틱 등 다른 우주기업들도 민간 우주관광 상품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민간인 태운 첫 우주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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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현지시간) CNBC 등에 따르면 블루오리진은 민간인을 태운 사상 첫 우주관광 로켓 ‘뉴 셰퍼드’를 7월 20일 발사한다. 이날은 아폴로 11호가 1969년 7월 20일 인류 최초로 달에 착륙한 지 52주년이 되는 날이다. 블루오리진은 “뉴 셰퍼드 로켓은 최대 6명이 탈 수 있는 유인 캡슐과 부스터(보조 발사체) 등으로 구성돼 있다”며 “유인 캡슐 좌석 1석은 온라인 경매를 통해 일반인에게 판매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탑승을 희망하는 사람들은 블루오리진 웹사이트를 통해 입찰에 참여할 수 있다. 오는 19일까지 1차로 비공개 입찰 신청을 받은 뒤 이후 공개 입찰에 들어가 다음달 12일 최종적으로 온라인 경매에 부칠 예정이다. 블루오리진은 나머지 승객은 별도 예약을 받아 탑승권을 판매할 것으로 예상된다.

뉴 셰퍼드에 탑승하려면 18세 이상으로 키 5∼6.4피트(약 152∼195㎝), 몸무게 110∼223파운드(약 49.8∼101.1㎏)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또 1분30초 이내에 7개 층을 오를 만큼 충분한 체력을 가져야 하고, 15초 이내에 좌석 안전벨트 잠금을 풀거나 다시 착용할 수 있어야 한다. 유인 캡슐 출입문을 닫은 뒤 최대 1시간30분 동안 꼼짝하지 않고 머물 수 있어야 하고, 캡슐이 지상으로 하강할 때 생기는 중력 가속도를 견뎌야 한다.

뉴 셰퍼드의 최고 속도는 음속 3배에 달한다. 탑승객들은 캡슐 창문을 통해 우주 공간과 지구를 바라볼 수 있으며 몇 분간 무중력 상태를 체험한 뒤 지상으로 내려온다. 부스터와 분리된 유인 캡슐은 낙하산을 펼쳐 지상에 착륙하게 된다.

블루오리진은 탑승권 가격을 아직 공개하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최소 20만달러(약 2억2500만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회사 측은 이번 우주 여행에 베이조스 CEO가 동참할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다.

베이조스 CEO는 이날 예정된 계획에 따라 아마존 주식 73만9000주를 매각했다고 공시했다. 25억달러(약 2조8150억원) 규모다. 앞서 베이조스는 아마존 주식을 팔아 매년 10억달러 상당을 블루오리진에 투자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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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 ‘스타십’, 첫 지상 착륙

민간 우주여행 시대를 위한 다른 기업들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스페이스X는 이르면 올해 말께 국제우주정거장(ISS) 등에서 체류하는 10일간의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관광객들은 ISS를 오가는 데 2일을 쓰고, 나머지 8일은 우주 비행사와 ISS에서 생활한다. 가격은 약 5500만달러로 책정될 예정이다.

스페이스X는 이날 화성 탐사 등을 위해 개발하고 있는 우주선 시제품 ‘스타십’의 지상 착륙에도 처음 성공했다. 높이 50m의 스타십은 미국 텍사스주 남부 보카치카 기지를 출발한 뒤 다시 직립으로 지상에 착륙했다. 작년 12월부터 지난 3월까지 네 차례의 실패 끝에 이룬 성공이다.

버진갤럭틱은 올 하반기 브랜슨 회장이 직접 탑승한 우주비행을 시작한 뒤 내년 초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우주관광 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이미 600여 명에게 탑승권을 판매했다. 실리콘밸리 스타트업 오리온스팬은 고도 333㎞ 상공의 우주호텔에 12일간 묵을 수 있는 950만달러짜리 우주여행 상품을 2022년 선보이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