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 창업자가 아내 멀린다와 27년간의 결혼 생활을 마치고 이혼하기로 합의한 가운데 천문학적 규모에 달하는 재산 분할이 관심이다. 5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빌의 재산은 1450억달러(약 163조원)로 추산된다. 세계 4번째 부호로 꼽히는 빌의 이혼 재산분할액이 주목받고 있다.

미국 당국에 제출된 내역에 따르면 빌의 재산 관리를 전담하는 캐스케이드 인베스트먼트는 멀린다에게 18억달러를 웃도는 증권을 이전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캐나다 국영 철도와 미국 최대 자동차 판매업체 오토네이션에 대한 주식 각각 15억달러, 3억달러를 포함한다.

빌이 직접 설립한 투자회사 캐스케이드 인베스트먼트의 1410만달러 상당의 주식도 멀린다에게 이전됐다. 부동산과 에너지 분야 회사와 여러 국영 기업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캐스케이드는 500억달러 이상의 가치를 평가받는 증권을 보유하고 있다. 빌이 보유한 이 회사의 지분은 약 299억달러로 게이츠 부부의 재산에서 차지하는 비중(22.4%)이 가장 크다.

블룸버그통신은 게이츠의 주식이 이번에 급격하게 이전됐다면서 이는 두 부부의 재산 분할이 이미 시작됐음을 뜻하는 신호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한 이혼소송 전문 변호사는 "모든 작업이 거의 다 마무리됐다고 볼 수도 있다"면서 "게이츠 부부는 발표 시점에 이혼 절차의 90∼95%를 이미 다 해뒀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이츠 부부가 보유한 MS 지분은 약 260억달러로 이들의 전 재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가 채 되지 않는다. 그간 부부는 보유 중인 MS 주식을 여러 해에 걸쳐 게이츠 재단으로 옮겼다. 이렇게 이전된 금액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주식 외에도 두 사람은 미국 내에서 많은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다. 부부가 거주했던 워싱턴주의 약 6600㎡ 규모 자택은 1억3000만달러의 가치를 평가받는다. 플로리다주에는 5500만 달러짜리 땅을, 캘리포니아주엔 2000만달러 짜리 건물 등이 있다. 이들은 중앙아메리카 국가인 벨리즈에 '그랜드 보그'라는 개인 섬도 갖고 있다. 이 섬의 가치는 2500만달러로 추정된다.

이들이 보유한 차량과 미술품의 분할도 관심이다. 스포츠카 포르쉐 911을 비롯해 재규어, 페라리 등 고가 브랜드의 차량을 모두 합하면 그 가치는 65만달러에 달한다. 또 이들이 보유한 레오나르도 다빈치 등 유명 화가들의 작품도 1억3000만달러 수준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빌은 MS에서 근무했던 시절 받았던 급여와 보너스, 투자 이익, 배당금 등으로 190억달러를 갖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박상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