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내놓은 경기부양책이 엉뚱하게 멕시코에서도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3월 미국 내 멕시코 출신 이민자들의 송금경제(Remittance Economy·이주노동자들이 번 돈을 본국으로 보내는 것) 규모가 역대급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다.

블룸버그통신은 4일 "조 바이든 대통령의 경기부양책에 힘입어 멕시코 이주노동자들이 지난 3월 사상 최대 규모의 현금을 본국인 멕시코로 송금했다"고 보도했다. 3월 멕시코 노동자들의 송금액은 총 41억5000만달러(약 4조6480억원)로, 시장 전망치인 38억1000만달러를 웃돌았다. 이는 전달에 비해 31% 급증하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2.6% 늘어난 규모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코로나19 여파가 확산한 이후 전문가 예상과는 다르게 멕시코로의 송금경제 규모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골드만삭스의 알베르토 라모스 중남미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로 멕시코 이민자들을 포함한 많은 라틴계 가정이 극심한 경제적 타격을 입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미국 정부의 대규모 경기부양책이 송금 규모를 계속 늘려나가는 데 기여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바이든 정부의 지속적인 경기부양책과 미국 경제의 견고한 성장세에 대한 기대심리로 인해 이주노동자들의 송금규모는 올 한해 내내 강세일 것"이라면서 "이들에 의해 탄탄하게 뒷받침된 현금흐름은 특히 소비성향이 높고 직접적인 송금 수혜자인 저소득층 가정으로 하여금 경상수지와 민간소비를 늘리게 만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 백신 접종률이 40%를 돌파한 미국에서는 빠른 코로나19 회복세로 인해 멕시코 이주민들의 구직 여건도 개선되고 있다. 올해 3월 멕시코 피고용 노동자는 전년 동기에 비해 27만5000명 증가했다.

앞서 지난주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멕시코 대통령은 "2020년 미국 등에서 건너온 총 송금액이 406억달러를 찍은 데 이어 올해 3월 사상 최대치를 기록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멕시코를 떠나 있는 해외 이주 노동자들은 1200만명에 달하고, 이들이 세계 각국에서 받은 임금을 본국으로 보내는 송금경제 규모는 멕시코 국내총생산(GDP)의 3.5%를 차지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은 대규모 경기부양책으로 인해 올해 1분기 GDP 증가율이 연율 환산 6.4%인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 9000억달러에 이어 올해 3월 1조9000억달러의 재난지원금을 추가로 지급하기로 하면서 미국인이 받게 될 코로나 경기부양금은 1인당 2000달러다.

김리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