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욕타임즈 홈페이지 캡처]
[사진=뉴욕타임즈 홈페이지 캡처]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이자 세계 감염병 퇴치에 힘써온 빌 게이츠가 부인인 멀린다 게이츠와 27년 간의 결혼 생활을 끝내고 이혼하기로 했다.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빌 게이츠와 멀린다는 이날 트위터에 발표한 공동성명에서 결혼 생활을 끝내기로 결정했다. 빌은 멀린다와 공동 명의로 올린 트위터 메시지에서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오랫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우리는 이대로 결혼생활을 끝내기로 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은 "지난 27년 동안 믿기 힘들 정도로 좋은 3명의 자녀를 함께 키웠고, 전세계 모든 이들이 건강하고 생산적인 삶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돕는 재단도 세웠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재단의 역할에 대한 믿음을 계속 공유하겠지만 인생의 다음 단계에서 부부로 함께 성장할 수 있다고 더 이상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리 가족 만의 사생활과 자유를 보장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멀린다의 마이크로소프트 입사 후 1987년 처음 만난 이들 부부는 1994년 하와이에서 결혼했다. 멀린다는 2019년 넷플릭스 다큐멘터리 'Inside Bill 's Brain : Decoding Bill Gates'에서 1년의 연애 이후 결혼을 결정해야 할 분기점에 이르렀을 때 빌 게이츠가 침실에 있는 칠판에 결혼의 장점과 단점 목록을 빼곡히 적어놓은 것을 발견하고 웃음을 터뜨렸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뉴욕타임즈(NYT)는 두 사람의 이혼 발표에 대해 "이 커플의 이혼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자선 사업, 공중 보건, 비즈니스 분야에서 '충격파'가 몰아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NYT는 "빌 게이츠와 멀린다는 세계 각국 정부, 기업, 비영리 분야의 최고위층에 접근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민간인"이었다면서 "이들이 만든 재단은 그동안 세계 보건에서부터 유아 교육에 이르기까지 약 500억달러(한화 56조1500억원)를 기부하는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가 전세계를 휩쓴 지난 1년 동안 이 커플은 더욱 눈에 띄었고, 그들의 재단이 대유행병을 퇴치하기 위해 10억달러(약 1조1230억원) 이상을 지출했다"고 덧붙였다.
[사진=빌 게이츠 트위터 캡처]
[사진=빌 게이츠 트위터 캡처]
롭 라이히 스탠포드 대학 정치학 교수는 NYT를 통해 "게이츠 재단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영향력 있는 자선 단체"라며 "가족 재단인 게이츠 재단은 이혼이라는 변수로 전 세계에 걸친 사업에서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NYT는 "빌 게이츠는 그의 절친한 친구 워렌 버핏이 운영하는 버크셔 해서웨이 이사회뿐만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 이사회에서도 물러난 상황"이라며 "버핏은 수년간 게이츠 재단에 수십억 달러를 기부해 왔고 자신이 죽으면 재산의 대부분을 재단에 맡기겠다고 약속했다"고 버핏과의 관계도 짚었다.

NYT는 빌 게이츠 측근의 말을 인용, "빌 게이츠 부부는 지난 몇 년간 관계에 있어서 큰 싸움에 직면했다"며 "이 관계가 붕괴될 뻔한 적이 여러 번 있었지만 그들은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을 해왔다"고 안타까워 했다.

빌 게이츠 부부의 재산분할은 2019년 이혼한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와 그의 전 부인 맥켄지 스콧의 사례 처럼 간단치가 않다. 재산의 대부분이 아마존 주식이었던 베이조스와 달리 게이츠의 자산은 여러 갈래로 쪼개져 있어서다. 스콧은 2019년 베이조스와 이혼하면서 합의금으로 베이조스가 보유한 아마존 주식의 25%(아마존 전체 주식의 약 4%, 약 39조원 규모)를 받았다.

빌 게이츠 부부의 재산은 현재 1300억달러(145조7000억원)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금융정보 업체 팩트셋에 따르면 빌 게이츠는 260억달러(29조1980억원) 상당의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식 1.37%를 보유하고 있다.

빌 게이츠는 재산의 대부분을 자신의 투자회사인 '캐스케이드 인베스트먼트'를 통해 보유하고 있다. 이 투자회사는 캐나다 국영철도 'Canadian National Railway'와 미국 엔지니어링 기업 'Deere & Co'의 주요 투자자이며, 부동산과 에너지 기업에도 다수 투자했다. 다만 이러한 투자 지분에 대한 구체적인 재산 분할 방식이나 규모 등은 아직 분명하지 않다고 미 경제전문매체 CNBC는 전했다.

2019년 빌 게이츠가 올린 블로그 게시물에 따르면 부부는 200억달러(22조4600억원) 어치의 MS 주식을 자신들의 재단에 넘겼다. CNBC방송이 인용한 세금관련 문서에 따르면 현재 재단의 자산은 510억달러(57조2730억원)가 넘는다. 빌 게이츠는 아마존닷컴의 제프 베이조스, 루이비통의 버나드 아놀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에 이어 세계 4대 부자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