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The Costs Are Up, Up, Up"…버핏도 가세한 인플레 논쟁 '
지난 4월 다우 지수는 2.7% 상승했지만 나스닥은 그 두 배인 5.4% 올랐습니다. 그만큼 기술주, 성장주가 상대적 강세를 보였다는 뜻입니다. 경기민감주, 가치주가 주도했던 1~3월과는 달랐지요.

하지만 5월을 여는 첫 거래일인 3일(현지시간) 다시 경기민감주가 강세를 보였습니다. 다우는 한 때 350포인트까지 올랐고 0.7% 상승한 채 마감했습니다. 하지만 같은 상승세로 출발한 나스닥은 오전 10시50분께 마이너스로 떨어진 뒤 결국 0.48% 하락했습니다. S&P 500 지수는 그 중간쯤인 0.27% 상승세로 장을 마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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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브론 2.46% △홈디포 2.04% △메이시 4.13% △갭 7.16% 등 경제 재개 관련주들이 급등했습니다. 반면 △플러그파워 6.59% △퓨얼셀에너지 6.39% △쇼피파이 5.12% △펠로톤 2.55% 등 고평가 기술주들은 급락했습니다. 업종별로도 경기민감주인 에너지, 소재, 산업업종이 1% 이상 올랐고 반면 정보기술(IT)과 커뮤니케이션 서비스 등은 하락했습니다.

지난 1일 1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20% 늘어난 70억 달러의 영업이익을 신고한 버크셔 해서웨이는 1.8% 상승해 신고가를 기록했습니다.

이날 장세는 버크셔의 회장인 워런 버핏의 말들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대표적 '가치투자자'인 버핏은 지난 1일 버크셔의 온라인 연례 주주총회에서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와 비트코인, 로빈후드 등에 대해 강력히 비판했습니다. 투기이거나 투기적 거래를 부추긴다는 것이죠. 찰리 멍거 부회장의 경우 비트코인에 대해 "역겹고 문명의 이익에 반한다"고 질타했습니다. 직접적이진 않더라도 기술주, 성장주 투자 분위기에 부정적 영향을 줬을 수 있습니다.

버크셔는 △애플 1109억 달러 △뱅크오브아메리카 400억 달러 △아메리칸익스프레스214억 달러 △코카콜라 211억 달러 등 네 가지 가치주에 주식 포트폴리오의 69%를 집중 투자중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이날 미국 경제에 관련해 관심을 끈 건은 인플레이션 관련 멘트였습니다. 버핏은 "우리는 매우 상당한 인플레이션을 보고 있다"고 단언했습니다. 인플레이션이 온다는 버핏의 말에 이날 '리플레이션 트레이드'(경기 회복 및 인플레이션을 예상해 수혜주에 투자하는 것)가 확산됐다는 분석입니다. 또 인플레이션 상승은 금리 상승을 촉발해 성장과 기술주에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경향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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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은 인플레에 대해 상당히 구체적으로 밝혔습니다. 그는 "우리(버크셔와 자회사)는 가격을 인상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우리에게 가격을 올려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가격 인상은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버핏은 주택사업을 예로 들었습니다. 그는 "우리는 정말 많은 주택을 만듭니다(버크셔는 9개 주택건설업체를 갖고 있습니다. 모두 더해 미국 최대 건설사업자입니다). 비용은 오르고, 오르고, 또 오릅니다. 철강 값은 매일 상승하고 있습니다. 아직 임금 상승은 없지만 우리는 전미자동차노조(UAW)와 3년 계약을 맺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임금 상승은 항상 따라옵니다. 경제는 정말 뜨겁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특히 그는 "인플레이션은 그냥 멈추지 않을 것입니다. 사람들은 주머니에 돈이 있고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할 것입니다. 여섯 달 전 예상했던 것보다 꽤 상당한 인플레이션이 있고 더 있을 것입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투자뿐 아니라 100여개 기업을 직접 거느리고 사업을 하는 지주회사입니다. 가이코 등 보험사뿐 아니라 주택, 철도, 가구, 식품 등 제조업체가 많습니다. 인플레이션이 발생한다면 잘 느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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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스트리트저널(WSJ)도 지난 주말 코로나 사태가 누그러지면서 소비자 수요는 달아오르는데 기업들의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고 있다며 버핏의 말을 뒷받침하는 기사를 내보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침대매트리스를 만드는 템퍼씰리는 매트리스를 만드는 데 필요한 화학물질과 스프링 수급에 차질이 생겨 1분기 매출이 예상보다 1억 달러 줄어든 10억 달러에 그쳤다고 밝혔습니다. 3M도 원자재 가격 상승과 물류비 증가로 올해 주당순이익(EPS)이 50센트 줄어들 수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또 도미노피자는 피자 배달 수요를 충족할 배달 직원이 부족해 시간당 배달 가능 건수를 늘리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습니다. WSJ은 지난해에는 코로나 여파로 수요와 공급이 모두 마비됐지만, 최근엔 백신 접종 확대와 미국 정부의 경기부양책 효과로 수요부터 살아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이날 오전 9시반~10시에 발표된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들은 이런 상황을 그대로 보여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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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관리협회(ISM)는 지난 4월 제조업 PMI가 60.7로 집계됐다고 발표했습니다. 11개월 연속 확장세를 유지하긴 했지만 지난달 기록한 1983년 12월 이후 최고치인 64.7를 밑돌았습니다. 예상 65.0에도 미치지 못했습니다. 특히 인플레 가능성과 고용 어려움 등이 세부 지수에 드러났습니다. 신규수주지수는 전월 68.0에서 64.3으로 떨어졌고 △생산지수 68.1→ 62.5 △고용지수 59.6→55.1 △재고지수 50.8→ 46.5로 떨어졌습니다. 반면 가격지수는 전월 85.6에서 89.6으로 올랐습니다. ISM 가격 지수가 90을 넘은 것은 1970년대 이후 딱 한 번 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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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M의 티모시 R 피오레 회장은 "광범위한 원자재 부족, 원자재 가격의 상승, 제품 운송의 어려움 등이 제조업 모든 부문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근로자들의 부재, 부품 부족에 따른 단기 사업장 폐쇄, 채용 어려움 등이 성장 잠재력을 계속 제한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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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HS마킷이 발표한 4월 PMI 최종치는 60.5로, 전월 59.1보다 상승했지만 예상치 60.6에는 소폭 미치지 못했습니다. IHS마킷 측도 "공급망 혼란은 악화됐고, 많은 기업의 생산을 중단했으며 공급업체들은 가격을 인상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3월 건설지출도 전달보다 0.2% 늘었지만 예상치 1.8% 증가보다는 적었습니다. 최근 목재 가격 폭등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입니다. 미국의 목재 가격은 통상적 가격의 4배 가량 뛰었고, 미국주택건설협회(NAHB)는 새로운 주택 한 채를 짓는데 목재 비용만 추가로 3만6000달러가 소요된다고 분석했습니다.

또 리얼터닷컴에 따르면 3월 미국의 집세(50개 대도시 지역)는 전년대비 연율 기준 1.1% 상승했습니다. 경제 재개와 함께 사람들이 다시 도시로 옮겨가면서 집세가 회복되고 있는 것입니다. 집세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요소입니다.

만약 인플레이션이 이어진다면 어떤 주식에 투자해야할까요. 월가의 투자은행(IB)들은 가격 결정력을 가진 기업을 추천하고 있습니다. 가격 결정력이 있는 곳은 증가한 비용을 고객에게 전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으면 스스로의 마진을 줄일 수밖에 없겠지요.

CNBC에 따르면 골드만삭스는 이런 기업들로 액티비전블리자드, 엣시, 콜게이트-팜올리브, 조에티스 등을 꼽았습니다. UBS는 에스티로더와 비자,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옥시덴털페트롤리엄, 엑손 등과 같은 에너지회사와 마이크론 AMD 등 반도체 회사를 추천합니다.

이날 미 중앙은행(Fed)의 제롬 파월 의장을 포함해 많은 관계자가 발언에 나섰습니다. 토마스 바킨 리치몬드연방은행 총재는 CNBC에 출연해 인플레 관련 질문에 대해“올해는 가격 압박이 있을 것 같다. 당신은 매우 강력한 수요를 보고 있고 공급에 제약이 있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분명히 물가 압력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경제가 보다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가면 이러한 압력이 가라앉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그는 "인플레이션은 지속되는 현상입니다. 올해 가격이 오르고 내년에는 올라가는 겁니다. 공급망 제약과 경기 부양에 따른 물가 압력의 조합이 실제로 내년에도 나타날 지 물어보는 게 맞다"고 말했습니다.

존 윌리엄스 뉴욕연방은행 총재도 인플레이션과 관련해 "에너지 가격 상승와 기저효과로 올해 Fed의 2% 목표를 다소 상회할 것"이라면서도 지속적 상승은 예상하지 않았습니다. 또 "지금 보고 있는 데이터나 경제 여건을 보면 아직은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에서 통화정책의 방향을 바꾸는 게 별로 충분하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미국 경제의 전망이 밝아졌지만 저임금 근로자들에게는 더 느리게 진전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일반 실업률보다 더 높은 흑인과 히스패닉 실업률을 거론하면서 완화적 통화정책을 유지해야할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날 채권 시장의 금리는 ISM PMI 지수 하락 등의 영향으로 연 1.606%로 마감됐습니다. 한 때 1.6% 밑으로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아직은 버핏의 인플레이션 우려보다는 '일시적'이라는 Fed의 논리를 수용하고 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일본, 중국이 5월 초 휴일을 즐기고 있기 때문에 전반적으로 시장이 조용하다"며 "모두 7일 발표될 4월 노동부 고용보고서만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The Costs Are Up, Up, Up"…버핏도 가세한 인플레 논쟁 '
월가는 4월 신규 일자리가 95만~100만개 안팎 증가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3월의 91만6000개보다 소폭 늘어나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제프리스가 210만개를 예상하는 등 예상치의 편차는 큽니다. 다만 200만개씩 늘어날 것이란 예상은 많지는 않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추가 실업수당, 주가 상승 등으로 상당한 저축을 갖게 된 미국인들이 여러 이유로 직장 복귀를 늦추고 있다"며 "고용 회복이 예상보다 느리게 나타날 수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