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가계의 금융자산에서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이 사상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경제가 안정적인 성장세에 들어섰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지만 소비 규모가 크지 않은 고소득·고령층에 자산이 집중돼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JP모간 등의 자료를 인용해 지난달 26일 기준 미국 가계의 금융자산 중 주식 비중이 41%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1952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미국인 금융자산 41%가 주식…'닷컴 버블' 뛰어넘어 사상 최대
2009년 3월 말 18%로 뚝 떨어졌던 미국 가계의 주식 자산 비중은 지난해 말 38%까지 오른 뒤 상승세를 유지하고 있다. 앞서 가장 높았던 때는 닷컴 버블 바람을 타고 주식 투자가 급격히 늘었던 2000년 3월 말(38%)이다.

경기 부양으로 가계 지출이 늘고 기업 실적이 개선되면서 주가가 오르고 있다. 미국 국채 금리가 연 1.6%에 머무는 등 채권 수익률이 낮은 것도 개인이 주식에 자산을 집중한 이유다.

개인투자자들은 주가가 떨어질 때도 추가 매수에 나서 주가를 부양했다. 하락장에서 주식을 매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수익을 내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학습했기 때문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헤지펀드 등은 최근 주식시장에서 매도세로 돌아섰지만 개인들은 9주 연속 순매수했다. 반다 리서치에 따르면 개인투자자들은 S&P500지수가 상승할 때보다 1% 하락할 때 주식을 더 많이 매입했다.

대출을 받아 투자하는 ‘빚투’도 급증했다. 미국 금융산업규제국(FINRA)에 따르면 지난달 신용증거금은 8230억달러로 역대 최대다.

개인투자자들이 주식 외에 암호화폐 등에도 ‘묻지마 투자’를 하는 것으로 나타나면서 거품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니콜라스 파니지르조 JP모간 애널리스트는 “개인투자자들이 갑자기 빠져나오기 시작하면 위험한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코로나19 이후 개인 저축이 늘면서 세계 저축액은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6% 이상인 5조4000억달러로 늘었다. 개인들이 이 저축을 바탕으로 보복소비에 나서면 기업들의 장기 실적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지만 3040세대의 저축액이 적어 전체 소비 여력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는 분석도 있다. 70세 이상 고령층의 저축은 6640억달러 증가했지만 소비를 이끌 40세 미만 성인 저축은 2450억달러 증가하는 데 그쳤다.

이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