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뉴욕시장 후보로 뛰고 있는 대만계 미국인 앤드루 양이 최근 뉴욕타임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제공
미국 뉴욕시장 후보로 뛰고 있는 대만계 미국인 앤드루 양이 최근 뉴욕타임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뉴욕타임스 제공
미국 최대 도시인 뉴욕 시장 출마를 선언한 대만계 미국인 앤드루 양(46)이 유력 신문인 뉴욕타임스의 비판을 받았다. 비영리 사회단체를 이끌면서 1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며 약속했으나 실제로는 150개에 그쳤다는 것이다.

뉴욕타임스는 1일(현지시간) 양 후보에 대해 집중 검증하는 기사를 대서특필했다.

신문에 따르면 양 후보는 2011년 자신이 설립한 사회단체 ‘벤처 포 아메리카’를 통해 수천만달러를 모금했다. 각 도시의 대학 졸업자 창업을 도와 질 좋은 일자리를 확대하겠다는 취지였다. 당시 오바마 행정부는 양 후보를 ‘변화의 챔피언’으로 부르며 물심양면 지원했다.

당시 모금에 동참했던 기업은 UBS 바클레이스 자포스(온라인 신발 판매업체) 등 다수였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벤처 포 아메리카 지원을 받아 창업에 성공한 이는 극소수에 그쳤다. 이 단체를 통해 발생한 일자리는 지금까지 약 150개뿐이다.

벤처 포 아메리카의 예산은 이미 고갈 상태다. 2017년 양 후보가 대선 출마를 선언했을 당시 이 단체는 모금액보다 260만달러를 더 지출했다고 보고했다. 창업 지원 활동 때도 당초 약속과 달리 흑인 등 유색인종을 우대하는 데 실패했다는 게 신문의 설명이다.

이 단체에서 작년까지 일했던 크리스 랜다는 뉴욕타임스 인터뷰에서 “양 후보는 멋진 아이디어를 생각해 내고 이에 대해 얘기하는 걸 좋아하지만 세세하게 챙기려고 하지 않았다”고 혹평했다.

뉴욕타임스는 이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양 후보를 알고 있는 50여 명을 인터뷰했다. 이 중 상당수가 호평했으나 24명은 “창업 프로그램이 잘못됐고 효과적이지도 않았다”고 밝혔다고 했다.

뉴욕시장이 되기 위해선 도시 경영 역량과 비전 구현 능력이 중요한데, 양 후보는 이런 점에서 부족하다는 게 신문의 냉정한 평가다. 뉴욕시 예산은 한해 900억달러 규모이며, 직원 수만 해도 30만여 명에 달할 정도로 크기 때문이다.

대만계인 양 후보는 브라운대를 졸업한 뒤 1999년 컬럼비아 법대에서 변호사 자격을 땄다. 뉴욕에서 5개월간 기업 변호사로 일하기도 했다. 이후 자선 및 사회단체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다. 2011년엔 12만1000달러의 투자금으로 벤처 포 아메리카를 설립했다.

양 후보는 빌 더블라지오 현 뉴욕시장이 3선 제한 규정에 막혀 재출마를 할 수 없게 되자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했다. 뉴욕시는 민주당의 대표적인 텃밭이기 때문에 다음달 경선에서 민주당 시장 후보로 선출되면 실제 시장으로 당선될 확률이 매우 높다.

양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줄곧 지지율 1위를 달려왔다. 뉴욕의 교육 관련 단체인 스튜던츠퍼스트NY가 공개한 최근 조사 결과 양 후보는 22%로, 지지율 1위 자리를 지켰다. 뉴욕 내 민주당원 1558명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벌인 결과다.

2위인 에릭 애덤스 브루클린 구청장(17%)과의 격차는 5%포인트에 달했다. 3위는 11%의 지지율을 기록한 스콧 스트링어 뉴욕시 감사관이었다.

양 후보가 출마를 공식 선언한 직후였던 올해 2월 28%의 지지율을 보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2·3위와의 격차가 많이 좁혀졌다는 분석이다.

뉴욕=조재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