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크셔 해서웨이의 찰리 멍거 부회장. 월스트리트저널 제공
버크셔 해서웨이의 찰리 멍거 부회장. 월스트리트저널 제공
세계 최대의 가치투자 하우스인 버크셔 해서웨이의 찰리 멍거 부회장이 “반(反)자본주의 정책을 펴는 건 큰 실수”라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증세 정책에 대한 견해를 밝히는 자리에서다. 멍거 부회장은 올해 97세로, 워런 버핏 회장(90)에 이은 회사 내 2인자다.

멍거 부회장은 1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평소의 투자 철학과 소신을 가감없이 전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작년까지 본사가 있는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주총을 열었으나, 올해는 찰리 멍거 부회장을 배려해 그가 거주하는 LA로 장소를 옮겼다.

멍거 부회장은 ‘바이든 행정부의 자본소득세, 부동산세, 법인세 등 연방세의 줄인상 움직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한 투자자의 질문을 받자 미 건국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벤저민 프랭클린 격언을 인용했다.

그는 “빈 자루는 똑바로 서기 어렵다(It’s difficult for an empty sack to stand upright·속이 든든해야 제 일을 해낼 수 있다)는 말이 있다”고 했다. 납세자와 기업들이 세금을 낼 돈이 줄어들면 정부에 더 적게 기여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러면서 “(급진 좌파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우연히도 해낸 것”이라며 “젊은층인 밀레니얼 세대는 이전 세대에 비해 부자가 되는 게 훨씬 힘들어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멍거 부회장은 “캘리포니아에선 세금과 생활비가 높다 보니 주민들이 지속적으로 이탈하고 있다”며 “대부분의 세금을 내고 있는데다 자선단체와 시민활동가들을 지원하는 부자들을 몰아내는 건 어리석은 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세금이 낮은) 플로리다주는 상황 판단이 빠르지만 캘리포니아는 멍청하다”(Florida is shrewd, and California is stupid)고 혹평했다.

중국과 관련된 질문이 나오자 멍거 부회장은 “중국에서 어떤 일이 발생했는지 보라”며 “자본주의를 도입한 뒤 8억 명이 빠르게 빈곤에서 탈출했다”고 강조했다.

1924년 1월 1일 오마하에서 태어난 멍거 부회장은 캘리포니아공과대학(칼텍), 하버드대 로스쿨 등을 졸업했다. 세계 2차대전 당시엔 육군 장교로 참전했다. 9명의 자녀를 뒀다. 개인 자산은 19억달러이며, 학교 지역사회 등에 수십차례 기부했다.

뉴욕=조재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