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19년 사망한 '빈자들의 의사' 호세 그레고리오 에르난데스 시복
스페인독감 때 빈자들 치료한 베네수엘라 의사, 복자 반열에

20세기 초 스페인독감이 창궐했을 때 가난한 이들을 치료했던 베네수엘라 의사가 사후 100여 년 만에 가톨릭 복자(福者) 반열에 올랐다.

30일(현지시간)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에서 '빈자들의 의사'로 불리며 널리 존경받아온 의사 호세 그레고리오 에르난데스(1864∼1919)의 시복식이 열렸다고 AP·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카라카스 북쪽 산악 지역의 작은 성당에서 열린 시복식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 탓에 성직자들을 중심으로 300명가량만 참석했으나, 시복식 장면이 TV로 생중계돼 베네수엘라 국민이 함께 지켜봤다.

베네수엘라 북동부 트루히요 출신인 에르난데스는 베네수엘라와 유럽 여러 곳에서 의술을 공부한 후 연구와 진료에 매진했다.

가난한 이들에게는 돈을 받지 않고 치료를 해줬으며, 스페인독감이 베네수엘라에 상륙한 후 최일선에서 환자들을 돌봤다.

스페인독감 때 빈자들 치료한 베네수엘라 의사, 복자 반열에

그는 1919년 가난한 환자에게 줄 약을 직접 사서 오던 길에 차에 치여 숨졌다.

많은 이들의 존경을 받아온 에르난데스를 성인으로 추대하기 위한 작업은 오래전부터 진행됐다.

그러다 에르난데스를 향한 기도 덕에 머리의 총상을 이겨낸 베네수엘라 10살 소녀의 사례가 '기적'으로 인정받으면서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해 6월 시복 교령에 서명했다.

2017년 머리에 총을 맞고 영구 뇌손상 진단을 받았다 회복한 기적의 주인공 야수리 솔로르사노는 이날 가족과 함께 시복식에 참석했다.

이번 시복식은 오랜 경제위기와 정치·사회 혼란으로 신음하는 베네수엘라가 코로나19 위기로 더욱 고통받는 가운데 이뤄졌다.

시복식을 주도한 알도 조르다노 교황청 대사는 "백신이 분열 없이 모두에게 나눠질 수 있도록 호세 그레고리오가 청원해주길" 기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영상 메시지를 통해 이번 시복을 계기로 베네수엘라 국민이 통합을 향해 나아가라고 강조했다.

대립해온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과 야권 지도자 후안 과이도도 이날만큼은 한목소리로 에르난데스를 기렸다.

스페인독감 때 빈자들 치료한 베네수엘라 의사, 복자 반열에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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