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흑인 사회 손잡고 잇단 행사…"서로 상처 이해하고 협력"
LA 폭동 29주년…"한인·흑인 어깨 걸고 나가자" 한목소리

미주 한인 이민사에서 가장 비극적인 사건으로 기록된 로스앤젤레스(LA) 폭동 29주년을 맞아 한인과 흑인이 손을 맞잡는 화합의 행사가 잇따라 열렸다.

LA시(市)는 29일(현지시간) LA 폭동 사태의 교훈을 되살리고 한인 사회와 흑인 커뮤니티의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온라인 토론회를 개최했다.

1992년 4월 29일 발생한 LA 폭동은 교통 단속에 걸린 흑인 청년 로드니 킹을 집단 구타한 백인 경관 4명에게 배심원단의 무죄 평결이 내려지자, 분노한 흑인들이 LA 도심으로 일제히 쏟아져 나와 폭력과 약탈, 방화를 저지른 사건이다.

흑인들의 분노는 한인 슈퍼마켓에서 흑인 소녀가 총격으로 사망한 '두순자 사건'과 맞물리면서 한인에게 분출됐고, 당시 LA 도심에 있던 한인 상점 2천300여 곳이 약탈, 방화 피해를 봤다.

LA 흑인사회 구심점인 퍼스트 아프리칸 감리교회의 에드거 보이드 목사는 토론회에서 "LA 폭동은 한인과 흑인 사회 간 관계에서 전환점이었다"며 "한인과 흑인 공동체는 함께 대화하고 서로 배우고 관계를 형성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보이드 목사는 "두 공동체가 함께 도전 과제를 극복하면 다른 소수민족 공동체에도 확실한 모범사례를 보여줄 수 있다"며 "서로 어깨를 걸고 손을 맞잡고 함께 앞으로 나가자"고 강조했다.

흑인 가정에 입양돼 LA시 소방국 부국장을 지낸 에밀 맥 LA 한인회 부회장은 "한인과 흑인 사회 모두 깊은 상처를 가진 역사가 있다"며 "두 공동체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상처를 입었고 우리는 서로의 상처를 이해해야 한다"고 말했다.

맥 부회장은 지난해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에 따른 인종차별 항의 시위 때 두 공동체가 협력했다는 점을 사례로 들면서 "역사의 상처에 공감할 수 있다면 함께 앞으로 나아갈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해낸 일"이라고 역설했다.

LA 폭동 29주년…"한인·흑인 어깨 걸고 나가자" 한목소리

LA 폭동의 교훈을 젊은 세대에게 잘 알려야 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보이드 목사는 "우리의 아들과 딸, 손자와 손녀가 함께 협력하고 기회를 만들어나가기를 원한다"고 제안했고, 맥 부회장은 "밀레니얼 세대가 역사를 이해해야만 그들이 횃불을 들고 계속 전진할 것"이라고 공감했다.

에릭 가세티 LA 시장은 축사에서 "우리는 모두가 기회와 희망을 누리고 평등과 정의가 모든 일의 핵심이 되는 도시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1992년의 교훈을 기억하자"고 당부했다.

박경재 LA 총영사는 "LA 폭동 이후 29년 동안 상당한 진전을 이뤘지만, 우리는 여전히 흑인과 히스패닉, 아시아계 소수 민족에 대한 인종차별을 목격하고 있다"며 "인종차별을 규탄하고 증오와 폭력에 단호히 맞서는 LA시의 노력을 지지한다"고 말했다.

LA 한인회와 퍼스트 아프리칸 감리교회는 한인·흑인 분야별 리더 30여명이 참석하는 포럼도 별도로 열었다.

LA의 대표적인 흑인 정치인인 홀리 미첼 LA 카운티 수퍼바이저는 "서로의 아픔과 분노를 넘어 무너진 다리를 세워나간다는 마음으로 함께 나가자"고 제안했다.

제임스 안 LA 한인회장은 "한인과 흑인 사회가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 운동과 아시안 증오범죄 규탄에 힘을 합쳤고, 사회적 불평등과 차별에 맞서 함께 싸우고 있다"고 화답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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