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소닉마저…" 삼성·LG에 밀린 日, 잇따른 TV 사업축소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파나소닉이 TV사업의 적자를 줄이기 위해 중소형 TV의 생산을 중국 가전업체 TCL에 위탁하기로 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세계 TV 시장 1~2위를 지키는 가운데 경쟁에서 밀린 일본의 대형가전 업체들이 잇따라 TV시장에서 철수하거나 사업규모를 줄이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파나소닉이 TCL과 5월 중 TV사업 업무제휴를 맺고 연내 중소형 기종을 중심으로 생산을 위탁할 것이라고 30일 보도했다. TCL은 세계 3위 TV생산업체다. 이를 통해 파나소닉은 현재 600만대인 자체 생산규모를 2024년까지 350만대로 최대 40% 가량 줄일 계획이다. 대형 액정TV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와 같은 고가 기종은 자체 생산을 계속한다.

파나소닉이 사업축소에 나서는 것은 TV 사업의 적자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익률이 낮은 중소형 기종을 자체적으로 생산하는 것보다 TCL이 생산한 제품에 파나소닉의 '비에라' 브랜드를 붙여 판매하는 편이 비용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파나소닉은 LG전자 등으로부터 조달한 액정패널을 사용한 TV를 일본과 유럽, 동남아시아, 남미 시장에서 판매하고 있다. 2019년 TV를 포함한 사업부문 매출은 5600억엔(약 5조7000억원)이었다.

파나소닉 TV의 전성기는 세계 판매량이 2023만대(점유율 7.9%)로 세계 4위였던 2010년이었다. 6000억엔을 투자한 플라즈마TV 사업이 액정TV에 밀리면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2011~2012년 2년 연속 8000억엔의 적자를 냈다. 지난해 파나소닉의 점유율은 1.8%로 세계 12위까지 밀려났다.

2012년 6월 취임한 쓰가 가스히로 파나소닉 사장은 TV를 "구조적인 적자사업"으로 규정했다. 플라즈마TV 사업에서 철수하는 등 TV 사업부문의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파나소닉 관계자는 "한국과 중국 업체들의 가격경쟁이 이어지고 있어 TV는 수익성이 없는 사업이 됐다"고 말했다.

내년 4월 지주회사로 전환하고 에어콘 등 공조기기와 전기자동차 배터리를 중심으로 사업재편을 진행하는 것도 TV사업을 축소하는 배경으로 꼽힌다.

생산규모를 줄임에 따라 파나소닉은 말레이시아와 체코 등 해외 공장 7곳의 생산체계를 개선하고, 인도와 베트남 공장의 TV생산을 연내 중단할 계획이다. 북미와 중국 공장에서는 이미 2015년부터 생산을 중단했다.

일본내 유일한 TV생산 공장인 우쓰노미야공장(도치기현)은 OLED TV 등 일부 기종을 제외하고 다른 전자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한국과 중국에 밀리면서 한때 세계시장을 주도했던 일본 전자 대기업들은 잇따라 TV 사업에서 발을 빼고 있다. 히타치제작소는 2012년 일본 생산을 종료한데 이어 2018년 TV사업에서 철수했다. 도시바는 2018년 중국 하이센스에 TV사업을 매각했고, 소니도 중저가 TV시장에서 철수했다.

영국 조사회사 옴디아에 따르면 2010년 일본은 소니(3위·10.3%), 파나소닉(4위·7.9%), 샤프(5위·6.7%), 후나이전기(10위·2.6%) 등 4개 회사가 세계 10위권이었다. 하지만 2020년 세계 10위권에 포함된 일본 기업은 6위 소니가 유일하다. 점유율은 3.9%로 10년새 3분의 1수준으로 떨어졌다.

세계 TV시장은 삼성전자(21.9%)와 LG전자(11.5%)가 10년 넘게 1~2위를 지키는 가운데 TCL(10.7%), 하이센스(8.9%) 등 중국 전자 메이커들이 추격하는 2강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