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주택시장 살아나자…지구 반대편 일본이 타격받는다고?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세계적인 반도체 품귀현상에 이어 이번에는 주택 자재인 목재가 부족한 '우드 쇼크'가 건설시장에 타격을 주고 있다. 미국의 주택시장이 회복되는데 태평양 건너편의 일본의 건설시장이 충격을 받는 이례적인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28일(현지시간)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목재선물 가격은 1424.90달러(약 159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작년 4월1일 259.80달러였던 목재 가격이 1년새 6배 가까이 급등했다. 코로나19 이후 인구가 밀집하지 않은 교외의 단독주택을 찾는 미국 가정이 급증하면서 목재가격이 크게 올랐다는 분석이다.

지난 2월 S&P케이스쉴러주택가격지수는 1년 전보다 12% 올라 2006년 이후 15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카고와 라스베가스를 제외한 미국 주요 도시 18곳이 두자릿수로 올랐다.

미국의 우드쇼크는 1990년대 삼림보호를 위해 미국 정부가 삼림벌채 규제를 강화했을 때와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8년 주택시장이 활황기였을 때 이후 3번째다. 수에즈 운하 좌초사고로 세계 물류망이 일시적으로 마비된 것도 우드쇼크를 더욱 부채질했다는 설명이다.

미국 우드쇼크의 유탄을 맞은 시장이 주택용 목재의 70%를 수입에 의존하는 일본이다. 유럽의 목재가 수요가 급격히 늘어난 미국 시장으로 몰려들면서 일본의 몫이 줄어들었다.

수입량이 줄면서 수입산 목재가격이 30% 급등하자 일본산 목재 가격까지 덩달아 뛰어오르고 있다. 건설회사들이 일본산 목재로 눈을 돌리고 있어서다. 지난 1월10일 7260엔(약 7만4242원)이었던 3m짜리 삼나무 가격은 이달 9일 1만1825엔으로 1.5배 올랐다.

원료인 목재가 귀해지자 원목을 주택용 건축자재(집성재)로 가공하는 가공목재 제조업체들은 어쩔 수 없이 감산에 들어갔다. 일본 최대 집성재 제조업체인 메이켄공업은 4월 이후 생산량을 지난해보다 30% 줄일 계획이다. 일본집성재공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원료가 부족하기 때문에 지난해보다 20% 이상 감산하는 상황이 지속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일본도 코로나19 이후 교외 단독주택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 목재 품귀현상이 건설시장 전체에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주택 착공시기가 늦어지고 건설회사와 하청업체의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우려가 나온다.

주택 건축비용에서 목재가 차지하는 비중은 10%다. 우드쇼크가 장기화하면 건설사들이 목재가격 상승분을 집값에 전가해 주택가격을 끌어올릴 가능성도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내다봤다.

도쿄=정영효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