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롬 파월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아직은 테이퍼링(자산 매입 축소)을 검토할 때가 아니다”고 잘라 말했다. 경제활동 및 고용지표가 개선되고 있지만 당분간 통화 팽창 정책을 지속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파월 의장은 28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직후 화상으로 열린 기자회견에서 “(긴축 정책 전환을 위한) 상황 진전이 이뤄지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Fed가 테이퍼링에 착수하기 위해 내세운 조건은 최대 고용(실업률 4.0% 이하) 및 2.0%를 완만하게 넘는 물가상승률이다. 가장 최근의 실업률은 6.0%(3월), 개인소비지출(PCE) 근원인플레이션율(2월)은 1.4%였다. 그는 “실직자들이 가급적 빨리 일자리를 찾기 바라지만 쉽지 않은 목표”라고도 했다.

파월 의장은 “(4~5월에) 물가 오름폭이 갑자기 커질 수 있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며 “70% 정도는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충격에 따른 기저효과 때문이어서 일시적 현상에 그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연내 2.0% 이상의 지속적인 물가 상승이 발생할 가능성은 작아 보인다”고 덧붙였다.

파월 의장은 “(주식 부동산 등) 일부 자산엔 거품이 끼어 있다”며 “통화정책과 무관하다고 말하지 않겠지만 코로나19 백신 접종 및 경제 재개와의 상관성이 훨씬 크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출 부실화 등 금융 안정성을 위협하는 징조는 나타나지 않고 있다”며 “(당국은) 안정성의 틀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FOMC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0.00∼0.25%로 동결했다. 시장 예상대로다. FOMC는 “공중보건 위기가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고, 경제 전망에 대한 위험도 여전하다”고 명시했다. 지난달 정례회의 직후 공개한 성명서에서 팬데믹에 따른 경제 위험을 ‘상당한 수준’이라고 적시했는데 이번엔 그 표현을 뺐다. 백신 접종 등으로 경제가 정상화 절차를 밟아가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FOMC는 또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 목표를 향한 상당한 진전이 있을 때까지 매달 800억달러 규모의 국채와 400억달러 상당의 주택저당증권(MBS) 매입을 지속하겠다”고 강조했다. 종합금융그룹인 ING의 제임스 나이틀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Fed가 경기 진단 문구를 좀 더 긍정적으로 바꾼 것은 긴축 전환의 첫 단계가 가까워졌다는 걸 시사한다”며 “연내 테이퍼링을 발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욕=조재길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