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대북전략 양대축 전망…관여정책 표명 해석, 구체적 외교 전략은 미지수
주한미군 전력 유지·강화 관측도…한미연합훈련·인권 등 마찰 지점도 적지 않아
[바이든 의회연설] '외교·억지' 동시에…북핵 '양면카드' 통할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북한 핵 문제 해법으로 '외교'(diplomacy)와 '단호한 억지'(stern deterrence)란 키워드를 던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의 대북 정책을 실패로 규정하며 새판 짜기에 나선 바이든 행정부의 새로운 대북 전략의 토대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취임 후 첫 의회 연설에서 "미국과 세계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는 이란과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대해 동맹국들과 긴밀히 협력해 외교와 단호한 억지를 통해 양국이 제기하는 위협에 대처할 것"이라고 말했다.

핵과 미사일 등 현존하는 북한의 위협을 억누르는 군사 능력을 통해 북한의 도발을 사전에 차단하면서도, 비핵화라는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 외교에 주력하겠다는 메시지를 동시에 발신한 것으로 해석된다.

바이든 정부가 이 양면 카드를 함께 구사할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여기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정상 간 톱다운 대화 방식이 북한에 시간만 벌어줬다는 그간 표출해온 인식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최정상급 담판이라 하더라도 틀어지면 오히려 위기가 가중될 수 있다는 현실적인 판단인 셈이다.

바이든 대통령이 강온 양면 전략을 시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북한이 바이든 정부 들어 첫 탄도미사일 도발을 감행했을 때 상응한 대응에 나서겠다고 경고하면서도 외교에 대한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했다.

물론 상응한 대응 역시 "그들이 긴장 고조를 택한다면"이라는 전제를 달아 여지를 남기는 등 방점은 외교에 찍혔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외교를 한 축으로 거론했다는 점에서 자신이 부통령으로 몸담았던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때의 '전략적 인내'로 회귀하지 않고 북한 문제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다만 북한이 제재 해제를 핵심으로 하는 주고받기식의 동시적 해법을 선호하는 가운데 바이든 행정부가 어떤 구체적인 전략을 들고나올지는 미지수다.
[바이든 의회연설] '외교·억지' 동시에…북핵 '양면카드' 통할까
바이든 대통령이 북핵 대응의 한 방안으로 억지를 강조한 것은 유사시 미국의 '핵우산'을 언급한 것일 수 있지만, 동시에 역내 군사력 강화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바이든은 인도·태평양에서 강력한 군사력 주둔을 유지하겠다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말했다며 이는 분쟁의 시작이 아닌 방지 차원이라고 이날 소개했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군사력을 언급한 것이지만, 미국이 역내 핵심축(linchpin)으로 여기는 한국에 주둔한 미군의 강화로 연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는 달리 말해 트럼프 전 행정부 당시 방위비 분담금 문제로 감축 논란을 빚었던 주한미군이 최소한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며, 오히려 전력 증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다만 이 경우 방어 목적의 한미연합군사훈련 자체에도 거부 반응을 보이는 북한에 도발의 빌미를 줄 여지가 없지 않다.

북핵 대처에 동맹과의 긴밀한 협력을 재차 언급한 것 역시 눈여겨볼 대목이다.

북핵 문제의 직접 당사자 중 하나인 한국 정부가 바이든 정부의 대북 전략에 일정 부분 영향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실제로 바이든 외교팀은 외교에 주안점을 둬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는 한국 정부의 조언을 적지 않게 수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바이든 대통령이 이날 중국을 거론하며 "어떤 미국 대통령도 근본적 인권 침해시 침묵 못한다"며 인권 문제를 언급했고, 국무부도 북한자유주간 성명을 통해 북한 인권 문제를 정면으로 다뤘다는 점에서 북미 간 마찰 지점이 적지 않다는 측면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