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운전을 시작한 지 40년이 넘은 원자로 3기가 재가동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29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후쿠이(福井)현은 관내에 있는 간사이(關西)전력 운영 다카하마(高浜) 원전 1·2호기와 미하마(美浜) 원전 3호기 등 노후 원자로 3기의 재가동에 동의했다.

운전 개시 후 44~46년이 지난 이들 원자로는 2011년 3월 동일본대지진 당시의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를 계기로 가동이 중단된 상태에서 2016년 새 안전기준을 충족한다는 판정을 받아 20년간 수명이 연장됐다.

이후 3∼4년에 걸쳐 안전대책 공사가 진행됐고, 재가동을 위한 마지막 관문으로 남아 있던 관할 지자체의 동의 절차가 끝났다.

이에 따라 이들 원자로는 운전을 멈춘 지 10년 만에 재가동을 앞두게 됐다.

日지자체, 40년 넘은 원전 재가동 동의…후쿠시마 사고 후 처음
간사이전력은 원자력규제위원회의 새 기준에 따른 테러 대책 시설을 완비하는 대로 본격 가동에 들어갈 예정이다.

그러나 다카하마 1·2호기는 시한인 올 6월 9일까지 테러대책 시설 공사를 끝낼 수 없는 상황이고, 미하마 3호기도 올 10월까지가 관련 설비 설치 시한이어서 당장 본격적인 전력 생산에 돌입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은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후인 2013년 7월부터 새롭게 시행한 '원자로 등 규제법'에 원전 운전기간을 원칙적으로 40년으로 정한 '원전 40년 룰'을 두고 있다.

40년이 지나면 자연재해 및 사고 대책을 대폭 강화한 규제 기준을 통과하고 관할 지자체의 동의를 얻어야 한 차례 최장 20년까지 수명을 연장할 수 있다.

일본에서 40년이 넘은 원자로가 재가동할 수 있게 된 것은 이 룰이 도입된 이후 처음이다.

후쿠이현이 노후 원전 재가동에 동의한 것은 중앙정부가 주는 보조금 때문이다.

일본의 원전 정책 주무 부처인 경제산업성은 후쿠이현에 재가동 원전 1곳당 최대 25억엔씩, 총 50억엔(약 510억원)의 신규 교부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日지자체, 40년 넘은 원전 재가동 동의…후쿠시마 사고 후 처음
2050년까지 온실가스 실질 배출이 없는 탈(脫)탄소사회 실현 목표를 내세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 주도의 현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를 계기로 원전 전폐를 주장하는 국내 여론이 높아졌지만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선 일정 수준의 원전 운영이 필요하다며 원전 유지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교도통신이 올해 동일본대지진 10주년을 앞두고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천970명(유효 답변 기준)을 대상으로 우편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일본 원전의 장래를 묻는 항목에서 68%가 '단계적으로 줄여 제로화(전폐)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또 당장 전폐해야 한다는 사람(8%)을 포함할 경우 전체 응답자의 76%가 탈(脫)원전 정책을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직전에는 일본 전역에서 54기의 원자로가 가동됐지만, 사고 직후의 전면 가동 중단을 거쳐 운전이 재개된 것은 현재 9기(원전 기준 5곳)에 그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