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판공실 대변인 "미리 일러주지 않았다 말하지 말라"
중국, 대만 내 국호 개정 움직임에 '선전포고급' 경고
대만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내 일각에서 헌법 개정을 통해 국호를 '중화민국'에서 '대만공화국'으로 바꿔야 한다는 주장이 공식 제기되자 중국이 강력한 경고 메시지를 발신했다.

28일 차이신(財新) 등에 따르면 마샤오광(馬曉光)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대만 독립분자들이 자기 잇속을 챙기기 위해 대만 민중의 이익을 돌보지 않고 부단히 '대만 독립' 도발을 감행하는데 우리는 모든 필요한 수단을 동원해 반격을 취할 것"이라며 "미리 일러주지 않았다고 말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마 대변인은 민진당 산하 헌법개정 소위원회에서 발기인이자 독립파 원로인 야오자원(姚嘉文) 전 당 주석이 최근 국호를 '대만공화국'으로 바꾸는 곳이 옳다는 주장을 편 것에 대한 평가를 요구받고 이같이 말했다.

그는 "민진당은 한편으로는 극단적 방향으로 나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사람들이 극단적 독립 주장을 하도록 내버려 두고 있다"며 "이는 도대체 무슨 속셈인가"라고 물었다.

이날 마 대변인이 언급한 '미리 일러주지 않았다고 말하지 말라'(勿謂言之不豫也)는 표현은 중국이 가장 강력한 수준의 대외 경고 메시지를 발신할 때 쓰는 외교적 수사로 '선전포고'에 준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 표현은 중국과 인도가 국경 갈등 전쟁을 개시하기 하루 전날인 1962년 9월 22일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 1면 사설에 처음 등장했다.

대만 독립 지향 성향의 차이잉원(蔡英文) 총통이 집권한 2016년 이후 중국이 외교·군사·경제 등 다방면에 걸쳐 대만을 강력히 압박하면서 양안 관계는 크게 악화한 상태다.

게다가 미중 신냉전 이후 미국과 대만이 전례 없이 강하게 밀착하고 중국이 이에 거세게 반발해 대규모 무력 시위에 나서면서 대만 일대의 군사적 긴장은 크게 고조됐다.

대만에서 반중 감정이 고조되면서 집권 민진당 내 강경파들 사이에서는 대만 독립 주장 목소리가 점차 강하게 분출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차이 총통은 대만 헌법을 큰 폭으로 고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어 중국은 대만이 이를 계기로 국호를 개정하는 등의 실질적으로 독립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다만 차이 총통이 당수인 주석으로 있는 민진당 지도부가 헌법 개정을 추진하면서 국호 개정 등 특정한 방향을 미리 제시한 상황은 아니다.

또한 국호 개정 등 헌법 개정을 하려면 국회의원인 입법위원 4분의 3 이상의 찬성을 거친 뒤 국민투표에서 참여 유권자 과반의 동의까지 얻어야 해 민감한 방향으로 대만 헌법이 개정될 가능성은 비교적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중국에는 대만과의 평화적 통일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면 반드시 전쟁을 벌여 대만을 '복속'하도록 하는 반국가분열법이 있어 국호 변경 등 중요한 현상 변경은 전쟁과 같은 심각한 안보 위험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집권 민진당의 운신 폭을 제약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