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복지 지출 확대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기업과 부유층 세무조사를 강화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10년간 7000억달러(약 780조원)의 추가 세수를 확보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탈세 조사 강화에 필요한 시스템을 구축하고 징수 인력을 확충하기 위해 국세청 예산을 10년간 800억달러 증액하기로 했다고 27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연간 80억달러꼴로 현재 120억달러가량인 국세청 예산을 67%가량 늘리겠다는 것이다.

NYT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은 28일 취임 후 첫 의회 연설에서 ‘미국 가족 계획’이란 이름의 1조달러 이상 초대형 복지 지출 구상을 제안하면서 재원 조달 방안의 하나로 이 같은 세무조사 강화 방침을 밝힐 예정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년간 800억달러 예산 증액에 대해 “국세청의 집행 인력을 두 배로 늘리고 부유층의 세금 회피와 싸울 새로운 수단을 제공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 국세청은 그동안 예산 정체와 인력 감축으로 세무조사 기능이 위축됐다는 지적을 받았다. 현재 국세청 예산은 2010년과 비슷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핵심 집행 인력은 지난해 1만3172명으로 10년 전(2만3261명)보다 43%나 줄었다. WSJ는 “그 결과 개인 세무조사 비율은 40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전했다.

찰스 레티그 국세청장은 최근 상원 금융위원회에 나와 탈세 등으로 인한 ‘택스 갭(미징수 세금)’이 1조달러에 달할 수 있다며 인력 보강 등을 위한 예산 증액을 요청했다. 국세청 인력 보강 등을 통한 세무조사 강화는 세율 인상을 통한 증세가 아니라 ‘세금 구멍’을 메우자는 취지라는 점에서 증세에 부정적인 공화당도 반대하기 어려운 사안이라고 WSJ는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가족 계획’을 위한 재원 조달 방안으로 세무조사 강화와 함께 연방 자본이득세 인상을 제안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 1년 이상 보유한 주식, 채권, 부동산 등을 처분했을 때 적용되는 최고 20%의 세율을 100만달러 이상 투자수익에 대해선 39.6%로 올릴 방침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신 대선 때 약속한 상속세율 인상은 이번 의회 연설에서 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블룸버그통신이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미국 가족 계획’ 지출 재원은 자본이득세 인상 등으로 충분하다고 보기 때문이라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상속세율 인상을 빼기로 한 건 증세에 부정적인 공화당은 물론 민주당 일각의 반대를 넘기 어려울 것이란 계산이 깔려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연방정부 조달 사업자에 적용되는 최저시급을 10.95달러에서 15달러로 37% 올리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이번 조치는 지난 3월 30일 이후 이뤄지는 모든 신규 조달계약에 적용된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