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구단주인 글레이저 가문이 40억 파운드(6조2000억 원)에 구단을 매각할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좌초한 유럽슈퍼리그(ESL) 후폭풍이 JP모간(JPM)에 이어 맨체스터유나이티드까지 옮겨갔다는 평가다.

25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아일랜드 지역신문인 아이리시미러는 글레이저 가문이 40억 파운드에 맨체스터유나이티드를 매각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글레이저 측은 "ESL 출범이 무산됐지만 다른 스폰서를 구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가격이 합당하다"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금액이 글레이저 가문의 주요 지분을 상대로 매겨진 것인지, 전체 매각 대금인지 등은 분명치 않다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ESL 논의가 단시간에 끝나면서 논의에 참여했던 구단의 지분 매각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각 구단이 ESL 창단 멤버로 참여하면서 일정한 비율의 계약금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아서다.

영국의 대형 헤지펀드인 마샬웨이스의 폴 마샬 회장과 유명 경제학자 짐 오닐은 지난 23일 글레이저가 지분의 최대 49.9%를 매각해야 한다는 내용의 서신을 발송했다. 이들은 오랜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팬으로, 2010년 해당 구단을 인수하려 했다.

ESL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던 JP모간은 지난 23일 "ESL 추진에 대해 축구계에서 어떻게 바라볼지에 대해 잘못 판단했다"며 "이번 사태를 반면교사 삼겠다"고 발표했다. 이후 ESL 논의가 사실상 무산됐다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플로렌티노 페레즈 레알마드리드 회장이 스페인 일간지 아스(AS)와 인터뷰에서 "ESL 참가에 동의했던 12개 클럽들은 '구속력 있는 계약'을 맺었기 때문에 떠날 수 없다"며 "이번 프로젝트는 계속 진행될 것"이라고 밝혀 불씨를 남겼다.

이번 논란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6팀, 스페인 라리가 3팀, 이탈리아 세리에A 3팀 등 12팀이 지난 19일 ESL 창립을 공식 발표하면서 불거졌다.

영국의 아스널 첼시 리버풀 맨체스터시티 맨체스터유나이티드 토트넘홋스퍼, 스페인의 아틀레티코마드리드 FC바르셀로나 레알마드리드, 이탈리아의 AC밀란 인터밀란 유벤투스 등이다. JP모간은 ESL에 40억 달러(4조4600억원) 넘게 투자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유럽 축구팬 등을 중심으로 리그 창설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졌다. 일부 인기팀이 기존 리그를 무시하고 이익을 위해 뭉쳤다는 이유에서다. 파장이 커지자 10개 구단이 ESL 참여에 포기하면서 레알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 두 팀만 남았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