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출생률 세계 226위…대만 덕에 꼴찌 면했다
한국의 올해 출생률이 1.09로 세계에서 226위지만 대만 덕분에 꼴찌를 면할 것으로 예상됐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지난 23일 발표한 '2021년 국가·지역별 합계특수출생률 예측'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올해 합계특수출생률(여성 1명이 일생동안 출산할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수의 평균치)는 1.09로 227개 국가 및 지역 가운데 226위였다.

세계 1위 나이지리아의 6.91과는 6배 이상 차이가 났다. 226위라는 성적표에도 불구하고 가까스로 꼴찌를 면한 것은 대만이 1.07에 그쳤기 때문이었다. 싱가포르가 1.15로 한국보다 한 계단 위인 225위였다.

일본은 1.38로 218위, 중국이 1.60으로 185위였다. 미국은 1.84로 140위에 올랐다. 전반적으로 아시아의 출생률이 낮고 아프리카는 높았다.

대만 당국의 통계에 따르면 2016년까지 연간 20만명을 넘었던 신생아수는 지난해 16만5000명까지 줄었다. 반면 사망자수는 17만3000명으로 신생아수를 앞서 지난해 대만 인구는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감소했다.

올해는 인구감소 속도가 더욱 가팔라질 전망이다. 지난 1~3월 새로 태어난 아이의 수는 작년 같은 기간과 비교해 10% 이상 감소했다.

대만이 출생률 꼴찌의 불명예를 뒤집어 쓴 이유는 우리나라와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 2~3월 현지 언론이 15~49세 시민 106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67%가 "경제적인 압력 등을 이유로 아이를 갖기 어렵다"고 답했다.

높은 교육비와 육아휴직에 의한 수입감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특히 컸다..

고빈쇼 대만산부인과의학회 회장은 "결혼하지 않는 사람, 결혼해도 아이를 갖지 않는 사람이 늘어나는 가운데 작년부터는 코로나19 여파로 결혼과 출산을 피하는 사람이 많았다"고 지적했다.

대만 정부도 교육비를 일부 감면하는 등 저출산 대책을 마련하는데 안간힘을 쓰고 있다. 오는 8월부터는 육아수당을 매년 2500타이완달러(약 9만9450원)로 인상하고 내년에는 5000타이완달러까지 높이기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같은 여론조사에 대만 시민들의 50% 이상이 "정부의 지원이 불충분하다"고 답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