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카르타 영웅 묘지 맞은편 두리안 노점 20개 밀집…24시간 영업
[잘란 잘란] 발냄새 난다더니…달콤한 냄새 풍기는 '두리안 거리'
[※ 편집자 주 : '잘란 잘란'(jalan-jalan)은 인도네시아어로 '산책하다, 어슬렁거린다'는 뜻으로, 자카르타 특파원이 생생한 현지 소식을 전하는 연재코너 이름입니다.

]

심한 발 냄새, 걸레 덜 말린 냄새, 삭힌 홍어와 맞먹는 냄새 등.
과일의 왕으로 꼽히는 두리안은 고약한 냄새와 크림같이 부드러운 맛으로 '천국의 맛과 지옥의 향을 가진 과일'로 묘사된다.

[잘란 잘란] 발냄새 난다더니…달콤한 냄새 풍기는 '두리안 거리'
지난 22일 저녁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칼리바타 영웅 묘지 맞은편 '두리안 거리'에 도착, 차에서 내리면서 얼마나 고약한 냄새가 날지 마음의 준비를 했다.

이곳에는 24시간 두리안을 파는 노점 20개가 밀집해 있는데, 노점마다 400개가 넘는 두리안이 쌓여있다.

동남아시아에서 두리안은 냄새 때문에 버스 등 대중교통은 물론 호텔 반입을 금지하는 곳이 많다.

그래서 악취를 예상했는데, 달콤한 냄새가 났다.

마스크 덕인가 싶어 살짝 내리고 '킁킁' 크게 숨을 들이마셨는데 달짝지근한 냄새가 맞았다.

수마트라섬 메단 등에서 매일 새벽 신선한 두리안이 공수되고, 사방이 뚫린 공간이라서 일반 마트에서 맡았던 냄새와는 다를 것이라고 노점상인들은 입을 모았다.

[잘란 잘란] 발냄새 난다더니…달콤한 냄새 풍기는 '두리안 거리'
오후 6시30분이 넘어가자 오토바이와 승용차들이 속속 두리안 거리에 도착했다.

'라마단' 금식 기간이다 보니 오후 6시께 해진 뒤 첫 식사를 하고, 후식으로 두리안을 사러 오는 시민들이었다.

두리안은 인도네시아에서도 매우 비싼 과일이라서 서민들이 자주 즐길 과일은 아니다.

무게를 달아 파는데, 두리안 하나당 대략 10만 루피아(7천700원) 정도였다.

가게 직원은 적당히 익은 것으로 보이는 두리안을 골라 긴 칼로 살짝 껍질을 가른 뒤 칼끝에 크림 같은 과육을 묻혀 손님에게 맛을 보여줬다.

맛을 본 손님이 고개를 끄덕이면 무게를 달아 가격을 알려주고, 칼로 이등분한 뒤 과육만 골라내 담아줬다.

가격은 수급에 따라 다른데 이날은 1㎏당 7만5천 루피아(5천800원)였다.

[잘란 잘란] 발냄새 난다더니…달콤한 냄새 풍기는 '두리안 거리'
[잘란 잘란] 발냄새 난다더니…달콤한 냄새 풍기는 '두리안 거리'
두리안 껍질은 뾰족뾰족하고 두꺼운 가시로 이뤄져 있는데, 속살은 크림치즈에 비유될 만큼 부드럽고 촉촉하다.

두리안의 이름 자체가 말레이어로 가시를 뜻하는 두리(Duri)에서 유래했다.

두리안은 껍질을 쪼개봐야 안에 과육이 얼마나 차 있는지 알 수 있다.

보통 3∼5조각의 과육이 들어있는데 그마저 안에는 아주 큰 씨가 있어서 실제 먹을 수 있는 과육은 조금밖에 안된다.

노점에 두리안을 사러 온 사람 중 70%는 포장을 하지만, 30%는 바로 먹고 간다.

친구와 함께 온 크리스티(25)씨는 "식사를 하고 두리안을 후식으로 먹으러 왔다"며 "여기서 직접 고르고, 잘라서 바로 먹는 게 가장 맛있다.

나는 두리안 냄새를 좋아한다"고 말했다.

노점 테이블에는 코로나 상황임에도 삼삼오오 두리안을 즐기는 모습이 보였다.

또 다른 손님 안토(46)씨는 '두리안 냄새가 괜찮으냐'는 질문에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나한테 두리안 냄새는 달게 느껴지고, 맛도 참 달다"며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여줬다.

현지인들은 포크 없이 두리안 과육을 손으로 집어서 먹고, 물티슈로 손을 닦았다.

[잘란 잘란] 발냄새 난다더니…달콤한 냄새 풍기는 '두리안 거리'
[잘란 잘란] 발냄새 난다더니…달콤한 냄새 풍기는 '두리안 거리'
4년째 두리안 노점 직원으로 일해온 아구스(28)씨는 "우리 가게에 진열된 두리안이 420개 정도인데, 하루 200개가 팔리고, 새벽마다 200개가 다시 들어온다"며 "새벽에도 사러 오는 손님이 있어서 내가 오전 8시부터 자정까지 지키고, 밤에는 다른 직원이 지킨다"고 말했다.

이어 '두리안을 고르는 요령'을 묻자 "그건 굉장히 어렵다"며 "상당한 연습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아구스씨는 "색깔이 노랗게 변하면 잘 익었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잘라보면 안 익은 경우가 있고, 녹색이라도 잘 익은 경우가 있다"며 "오래 일하다 보니 딱 보고, 칼로 두드려 보면 '잘 익었겠구나'하는 느낌이 오는 게 있지만, 솔직히 열어보기 전이 확실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네시아의 두리안과 말레이시아, 태국 두리안을 비교해 달라'는 질문에 "무조건 인도네시아 두리안이 최고다.

이유는 없다.

그냥 최고다"라며 웃었다.

[잘란 잘란] 발냄새 난다더니…달콤한 냄새 풍기는 '두리안 거리'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