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년전 데려온 10쌍이 10만마리로…나무 쓰러뜨리고 탄소배출
파타고니아 숲의 골칫거리 된 비버…개체수 불어나 산림 파괴
남미 대륙 남단 파타고니아에 서식하는 비버가 환경을 파괴하는 골칫거리로 전락했다.

23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파타고니아에 비버를 처음 데려온 것은 인간이었다.

모피용 비버 사육을 활성화해 주민 이주를 유도할 목적으로 75년 전 캐나다에서 비버 10쌍을 데려왔다.

모피 산업은 번창하지 못했으나 비버는 왕성하게 번식했다.

천적이 없는 파타고니아에서 비버 10쌍은 10만 마리 이상으로 불어났다.

불어난 비버는 인근 자연을 변화시켰다.

야생의 '건축가'로 불리는 비버는 보금자리를 만들기 위해 나무를 갉아 쓰러뜨려 하천에 댐을 만든다.

야생동물 연구자인 크리스토발 아레돈도는 AFP에 "비버는 인간과 같은 생태계 공학자"라며 "생존에 적합한 조건으로 환경을 바꾼다"고 말했다.

100년 넘게 자란 나무도 비버 한 마리가 며칠 만에 갉아 쓰러뜨릴 수 있다.

비버가 만든 댐 탓에 나무뿌리가 물에 잠기기도 한다.

파타고니아 숲의 골칫거리 된 비버…개체수 불어나 산림 파괴
연구에 따르면 남미 땅끝 티에라델푸에고 군도의 칠레 쪽 지역에 흐르는 강과 하천의 90% 이상이 비버의 활동으로 물길이 바뀌었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비버의 댐 건설로 녹은 영구동토층과 죽은 나무들이 탄소를 배출하면서 온난화도 부추기고 있다.

최근 칠레대 연구팀은 비버로 인한 사회경제학적 손실이 7천300만달러(약 816억원)에 달한다고 추정하기도 했다.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향후 20년 간 2억6천만달러의 손실이 추가로 발생할 것이라고 연구팀은 경고했다.

현재로서는 비버 개체 수 조절을 위한 뚜렷한 대책이 없는 상태다.

칠레 정부는 비버 사냥을 허용하고 한때는 포상금까지 내걸기도 했으나 급증하는 개체 수를 줄이긴 역부족이었다.

비버를 잡기 위해 설치한 덫이 다른 야생동물까지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칠레 지부의 이브 크롤리는 AFP에 비버와 같은 침입종이 "생물다양성 손실과 생태계 파괴의 주된 이유"라며 환경뿐만 아니라 경제에도 위협이 된다고 말했다.

파타고니아 숲의 골칫거리 된 비버…개체수 불어나 산림 파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