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자동차 제조업체 테슬라의 차량이 운전석에 사람이 타지 않은 상태에서도 약간만 조작하면 자율주행 기능이 작동한다는 실험 결과가 공개됐다. 지난주 미국 텍사스주에서 발생한 테슬라 차량 충돌 사고 때도 운전석에 탑승자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나온 실험 결과여서 테슬라의 안전성 논란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22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 전문매체 컨슈머리포트는 최근 실험 결과 테슬라 차량의 운전석에 사람이 없는 상태에서도 주행보조 시스템인 ‘오토파일럿’ 기능을 작동하게 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테슬라는 오토파일럿 기능을 사용할 때 운전자가 직접 감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얼마든지 마음만 먹으면 운전석에 사람이 앉은 것처럼 차량이 착각하게 만든 뒤 오토파일럿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게 컨슈머리포트의 지적이다.

제이크 피셔 컨슈머리포트 자동차시험 선임국장은 테슬라의 중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Y를 실험에 투입했다. 실험 차량의 스티어링휠(운전대)에 무거운 물체를 매달고 운전석의 안전벨트를 채운 뒤 조수석으로 옮겨타는 실험이었다.

피셔 국장은 “운전석에 사람이 없었고 스티어링휠을 잡은 사람도, 도로를 확인하는 사람도 없었지만 아무런 경고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운전석에 사람이 타야 한다는 경고도 없이 차량이 계속 주행했다”며 “이 미흡한 장치를 얼마나 쉽게 속일 수 있는지 확인하고 너무 놀랐다”고 했다. 컨슈머리포트는 실험에서 벌어진 행위가 공공도로에서 이뤄지면 매우 심각한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앞서 지난 17일 텍사스주 해리스 카운티에서 테슬라 고급 세단인 모델S 차량이 나무를 들이받은 뒤 화재가 나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2명이 사망했다. 탑승자들은 조수석과 뒷좌석에서 각각 발견됐다. 경찰은 이들이 운전자 없이도 테슬라 차량을 주행할 수 있는지 확인하려고 했다는 주변인들의 진술을 확보했다. 이번 사고가 오토파일럿 기능을 사용하던 중 발생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이유다.

박상용 기자 yourpenci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