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관리 인용해 보도…추모일인 24일 성명 형식 예상
터키 "양국 유대 해칠 것" 사전 경고
"바이든, 1915년 터키 '아르메니아인 대학살' 인정할 듯"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0세기 초 벌어진 아르마니아인 대학살을 공식적으로 제노사이드(집단 종족학살)로 선언할 태세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 관리들을 인용해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 관리들은 바이든 대통령이 1915년 터키의 전신인 오스만튀르크에 의해 자행된 아르메니아인 학살과 추방 등을 제노사이드로 묘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제노사이드 표현은 24일 아르메니아인 대학살 추모일에 맞춰 성명 형식으로 나올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 관리들은 최종 결정이 이뤄지지 않았고, 바이든 대통령도 대부분의 전직 대통령들처럼 제노사이드로 규정하지 않은 채 상징적인 선언을 하는 데 그칠 수 있다고 전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와 관련해 현시점에는 언급할 게 없고 24일 자세히 설명하겠다고 밝혔다.

대부분의 역사가는 1915년부터 1923년까지 터키의 전신 오스만튀르크가 아르메니아인과 다른 소수민족을 상대로 집단학살을 자행했다고 인정한다.

이 사건으로 150만명 정도가 사망했고, 50만명이 거주지를 떠난 것으로 추산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해 대선 과정에서 "아르메니아인 대학살을 인정하고 보편적인 인권을 행정부의 최우선 과제로 삼아 이런 비극이 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은 재임 시 제노사이드인 홀로코스트와 같은 대학살이라고 언급했으나, 다른 대통령들은 이런 용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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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재임 시 "20세기 최악의 참사 중 하나"라고,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세기 최악의 집단 잔혹 행위의 하나"라고 말했다.

"바이든, 1915년 터키 '아르메니아인 대학살' 인정할 듯"
미 의회는 지난 2019년 10월 아르메니아인 대학살을 제노사이드로 규정하고 이를 추념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압도적으로 채택했다.

미국 외에도 독일 의회가 2016년 아르메니아인 대학살을 제노사이드로 규정하는 결의안을 채택한 바 있다.

가뜩이나 미국과 터키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일원이면서도 최근 마찰을 빚는 터에 바이든 대통령이 아르메니아인 대학살을 인정하게 되면 터키의 강력한 반발이 예상된다.

터키가 미국의 반대 속에서 러시아제 S-400 지대공 미사일을 도입을 강행하자, 미국이 터키의 미국산 F-35 전투기 구매를 막았다.

미국은 터키가 S-400과 F-35를 동시에 운영할 경우 S-400에 연동된 네트워크를 통해 F-35의 기밀 정보가 러시아로 유출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미국은 또 미국의 적대 세력에 대한 제재를 통한 대응법(CAATSA)에 따라 터키 방위산업청에 대한 수출 허가 금지 등의 제재를 가했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아르메니아인 대학살을 제노사이드로 규정할 경우 가능성은 작지만 터키가 자국 내 미 공군기지 사용을 불허하는 강수를 둘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터키가 미국 상품에 대한 비공식적인 비관세 장벽을 만들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메블뤼트 차우쇼을루 터키 외무장관은 최근 터키 방송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제노사이드 선언이 양국 간의 유대관계를 해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지난해 아르메니아와 전쟁을 치른 아제르바이잔 측도 지역의 안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미 행정부의 움직임을 견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