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로 섭식장애 영국인 폭증…지난해 200만명 중 치료는 1만1천명
"인적자본 부족이 BMI 존속 원인"
"섭식장애는 정신질환…19세기 개발된 BMI지수로 치료 안돼"
지난 두 세기 동안 섭식장애를 진단할 때 사용된 체질량지수(BMI)를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영국 로열 칼리지 정신과학회 회장인 애그니스 에이턴 박사는 21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에 기고한 칼럼에서 국민보건서비스(NHS)가 아직 섭식장애 치료 대상자를 선정할 때 BMI를 주요 지표로 참고한다면서 이같이 주장했다.

BMI는 19세기 벨기에 수학자 랑베르 아돌프 케틀레가 제시한 개념으로, 체중을 신장의 제곱으로 나눈 값이다.

BMI가 18.5 미만이면 '저체중', 18.5∼24.9는 '정상체중', 25∼29.9는 '과체중', 30∼34.9는 '비만', 35∼39.9는 '고도비만', 40 이상이면 '초고도비만'으로 분류된다.

에이턴 박사는 BMI가 산출하기 쉬운 간단한 지표지만 전반적인 신체·정신건강을 반영하지 못한다고 주장한다.

BMI가 연령, 성별, 인종, 체성분 등 다양한 요인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섭식장애는 거식증뿐 아니라 폭식증도 포함하는데, NHS가 비만자에게는 섭식장애 치료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에이턴 박사는 지적했다.

에이턴 박사는 이러한 한계에도 BMI가 섭식장애 진단 자료로 사용되는 것은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로열 칼리지 정신과학회가 2019년 실시한 의료인력조사에 따르면, 섭식장애 상담사 결원율은 15%에 달했다.

섭식장애를 앓는 영국인은 2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되지만, 지난해 NHS로부터 의료 서비스를 받은 환자는 1만1천명에 불과했다.

에이턴 박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봉쇄조치가 실시되면서 섭식장애를 앓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면서 이를 '비만 대유행'이라고 묘사했다.

단순히 의료계 노동력이 적은 것을 넘어서서 인적자본이 부족한 점도 문제라고 에이턴 박사는 짚었다.

그는 "의료 부문 전체적으로 훈련이 매우 부족하다"면서 "일부 의사는 잘 먹기만 하면 나으리라 생각하는데, 이는 섭식장애가 복잡한 정신질환임을 인지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했다.

에이턴 박사는 "2029년까지 의과대학을 두 배로 늘려 정신과 의사 4천497명을 추가로 양성하는 것을 포함해서 NHS 차원에서 섭식장애 진단 교육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