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패권다툼 고조 속 '닮은꼴' 정통외교관 대사 지명설
미중, 상대국 대사 지명 임박…WSJ "친강·번스 유력"
글로벌 리더십을 놓고 첨예한 갈등을 벌이는 'G2'(주요 2개국) 미국과 중국이 상대국 주재 대사를 곧 지명할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이 사안을 잘 아는 관리들을 인용해 중국 정부가 친강(55) 외교부 부부장을 차기 주미 중국대사로 지명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초대 주중 대사로는 니컬러스 번스(65) 전 국무부 정무차관이 유력하다고 신문이 전했다.

앞서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도 번스 전 차관의 주중 대사 지명설을 보도한 바 있다.

두 사람은 정치인이 아닌 전문 외교관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주미대사로 거론되는 친 부부장은 1988년 외교부에 입부해 30년 넘게 일한 정통 외교관으로, 대변인을 거쳐 현재 유럽 문제를 관할하고 있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의전 담당관으로서 여러 차례 해외 순방에 동행한 그를 가리켜 WSJ은 "시 주석이 신뢰하는 외교 참모"라고 소개했다.

2016년 중국 항저우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눈코 뜰 새 없이 각종 행사와 콘퍼런스를 조율해 시 주석이 그에게 '쉴 시간이 있느냐'고 물었다는 일화도 있다.

미중, 상대국 대사 지명 임박…WSJ "친강·번스 유력"
민주당과 공화당 정부 양쪽 모두에서 활약한 번스 전 차관도 국무부 대변인, 주 그리스 대사, 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대사를 역임한 외교 전문가다.

2011년 9·11 테러 당시 나토 대사로서 나토의 테러 대응을 조율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신문은 전했다.

임박한 양국 대사 지명은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 이후 미중 관계가 급속히 악화한 가운데 시점에서 이뤄져 더욱 주목된다.

시 주석은 이날 보아오 포럼 개막식에서 "걸핏하면 타국을 마음대로 부리고 내정에 간섭하는 것은 누구의 지지도 받지 못할 것"이라면서 "한 국가나 몇몇 국가가 제정한 규칙을 다른 나라에 강요해서는 안 되며, 전 세계가 일부 국가의 일방주의 장단에 맞추도록 해서도 안 된다"며 사실상 미국을 겨냥, 긴장감을 높였다.

그러나 친 부부장의 주미대사 지명 구상은 중국 지도부가 트럼프 행정부 시절 끊긴 미중 고위급 전략대화의 복원을 바라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WSJ은 분석했다.

바이든 행정부도 아직 전략대화 재개에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베테랑 외교관인 번스 전 차관의 주중대사 지명 검토 역시 "바이든 행정부가 상호 대화를 중시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신호로 중국에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재무부 출신 미중 경제관계 전문가 데이비드 달러가 WSJ에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