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체코 외교관 20명 추방…체코의 러 외교관 18명 추방에 보복
미국·폴란드 등과도 맞추방전…러-서방 '신냉전' 긴장 고조
러시아-체코, 외교관 수십명 맞추방…러-서방 갈등악화(종합)

러시아와 체코가 외교관 수십 명을 맞추방하며 러-서방 간 신냉전 분위기를 부채질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18일 저녁(현지시간) 자국 주재 체코 외교관 20명을 '페르소나 논 그라타'(외교적 기피인물)로 지정하고 19일이 끝나기 전에 출국하라고 통보했다.

외교적 기피인물로 지정된 외교관이 러시아를 떠나는 데 통상 48시간 이상을 제공하던 관례를 깨고 24시간 내로 출국하도록 명령한 상당히 가혹한 조치였다.

이로써 모스크바 주재 체코 대사관에는 5명의 직원만이 남게 됐다고 러시아 언론은 전했다.

러시아 측의 조치는 체코가 전날 자국 주재 러시아 외교관 18명을 러시아 대외정보국(SRV), 총정찰국(GRU·군 정보기관) 소속 비밀 요원들이라며 추방한 데 대한 보복이었다.

러시아 외무부는 이날 비테스슬라프 피본카 체코 대사를 초치해 프라하 주재 러시아 외교관들에 대한 체코 정부의 비우호적 행동에 대해 단호히 항의한 뒤 체코 외교관 추방 조치를 통보했다고 밝혔다.

외무부는 또 체코 측에 모스크바 주재 체코 대사관 직원 수를 프라하 주재 러시아 대사관 직원 수와 동일하게 감축하라는 요구도 전달했다고 전했다.

러시아 외무부는 전날 "최근 미국의 대러 제재 사태 와중에 미국의 비위를 맞추려 노력하는 체코 정부가 오히려 대양 너머 주인(미국)을 앞섰다"며 체코 정부의 러시아 외교관 집단 추방을 강하게 비난했었다.

체코 측은 러시아 외교관들이 2014년 체코에서 체코인 2명을 숨지게 한 탄약창고 폭발사건에 연루됐다고 추방 사유를 설명했다.

안드레이 바비시 체코 총리는 17일 기자회견에서 2014년 10월 체코 남동부 즐린시의 폭발물 창고에서 발생한 연쇄 폭발 사고가 러시아군 정보기관인 GRU 산하 조직 '29155'와 관련 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체코 정보기관과 보안당국이 2014년 폭발 사고가 29155 조직과 연관됐다고 합리적으로 의심할 만한 명확한 증거를 수집했다"고 주장했다.

29155는 2018년 3월 영국 솔즈베리에서 발생한 러시아 출신 이중간첩 세르게이 스크리팔 독살 시도의 배후로 지목되면서 그 존재가 처음 알려졌다.

체코 경찰은 솔즈베리 사건 용의자로 알려진 GRU 요원 아나톨리 체피가와 알렉산드르 미슈킨이 자국 탄약창 폭발 사건에도 개입됐다는 혐의를 잡고 이들을 추적 중이라고 밝혔다.

2명의 요원은 루슬란 보쉬로프와 알렉산드르 페트로프란 가명으로 탄약창 방문 허가를 신청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체코, 외교관 수십명 맞추방…러-서방 갈등악화(종합)

러시아 요원들이 탄약창 폭발 사고에 개입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프라하에서는 러시아를 겨냥한 반감이 들끓었다.

18일 약 100명의 시위대가 러시아 대사관 앞에 모여 공관 벽에 케첩을 뿌리는 등의 항의 시위를 벌였고, 정치인들은 러시아가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고 경고했다.

한 시위 참가자는 AFP 통신에 "체코 영토에서 외국이 체코 국민을 살해하는 일은 전쟁급 행위"라고 분노를 드러냈다.

러시아와 체코의 외교관 맞추방 사태로 서방 국가들과 러시아의 갈등 골은 더 깊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미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는 우크라이나 국경으로의 러시아군 증강, 러시아의 지난해 미국 대선 개입 및 미 기관 해킹 의혹 등으로 신냉전 분위기가 고조된 상태다.

앞서 지난 15일 미국은 러시아의 대선 개입, 대규모 해킹 등을 이유로 들어 러시아 기업·정부 기관·개인을 무더기로 제재하고, 외교관 10명을 추방했다.

러시아는 이튿날인 16일 러시아 주재 미국 외교관 10명을 추방하는 방식으로 미국의 제재에 맞불을 놓았다.

동유럽에서는 체코에 앞서 폴란드가 15일 미국의 대러 제재에 연대를 표시하며 러시아 외교관 3명을 추방했고, 이에 러시아도 곧이어 5명의 폴란드 외교관을 맞추방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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