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야구단 절반이 '돔구장 주인'인데…한국은 정부·지자체만 가능
일본 프로야구단들이 앞다퉈 돔구장 건설에 나서고 있다. 총 12개 구단 중 4개 구단이 돔구장을 직접 보유한 가운데 추가로 일본 프로야구 양대 리그의 간판팀인 요미우리 자이언츠와 니혼햄 파이터스가 돔구장 소유주가 된다. 국내 프로야구팀 SSG 랜더스를 운영하는 신세계그룹이 인천 청라에 돔구장을 건설하려다 첩첩산중 규제에 가로막혀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본지 4월 16일자 A2면 참조

일본에는 센트럴리그와 퍼시픽리그 양대 리그에 6개 팀씩, 12개의 프로야구팀이 있다. 이 중 소프트뱅크 호크스, 오릭스 버펄로스, 세이부 라이언스, 한신 타이거스, 주니치 드래건스, DeNA 베이스타스 등 6개 구단이 직간접적으로 홈구장을 소유하고 있다. 향후 돔구장을 갖게 되는 요미우리(2021년)와 니혼햄(2023년)까지 합하면 8개 구단이 야구장 소유주가 된다. 4개 구단(오릭스, 주니치, 소프트뱅크, 세이부)은 돔구장을 보유하고 있다. 요미우리와 니혼햄까지 포함하면 모두 6개 구단이 돔구장을 직접 소유하게 된다.

일본 프로야구단들이 돔구장 건설에 뛰어드는 이유는 SSG 랜더스의 구단주인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절감한 것처럼 잦은 우천으로 야구 경기가 취소되는 걸 막기 위해서다. 여기에 놀이시설과 쇼핑몰, 호텔 같은 레저 및 상업시설을 갖추면 야구장이 랜드마크 기능을 할 수 있게 된다.

도쿄 시내 한복판에 자리잡고 있는 도쿄돔(사진)이 대표적이다. 도쿄돔의 자산가치는 2000억엔(약 2조원) 이상으로 평가된다. 이 시설을 운영하는 도쿄돔시티는 1949년부터 도쿄증시 1부시장에 상장돼 있다.

니혼햄은 높은 임차료를 내고 야구장을 빌리기보다 아예 보유하는 게 수익성 측면에서 낫다고 판단해 돔구장을 새로 짓기로 결정했다. 니혼햄은 2016년 연간 수익의 20%가 넘는 26억5000만엔을 홈구장인 삿포로돔의 임차료 및 관련 비용으로 지출했다. 27억엔인 선수단 총연봉과 맞먹는 수준이었다.

삿포로돔 소유주인 삿포로시가 임차료 인하를 번번이 거부하자 니혼햄은 600억엔을 들여 2023년 완공을 목표로 최신식 돔구장을 건설 중이다. 비슷한 이유로 오릭스는 2006년 교세라돔오사카를 90억엔에, 소프트뱅크는 2012년 후쿠오카의 야후페이페이돔을 870억엔에 인수했다.

SSG 랜더스를 인수한 신세계는 일본 사례를 연구한 뒤 청라에 복합쇼핑몰과 첨단 돔구장을 세우려 하고 있지만 국내 규제 때문에 진척을 보지 못하고 있다. 국내 법규상 주요 체육시설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만이 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야구단은 야구장과 주변 시설을 복합 레저시설로 꾸며 얻은 수익을 야구에 재투자하고 있다”며 “한국도 일본 사례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