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의 한센병 환자 강제격리 정책으로 고통을 겪은 한국인 피해자들의 가족 약 60명이 일본 정부에 조만간 보상금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교도통신이 18일 보도했다.

일본은 모든 한센병 환자를 격리 대상으로 지정한 '나병예방법'을 1931년부터 시행해 이 법이 폐지된 1990년대까지 격리정책을 유지했다.

이 정책에 따라 일본의 식민지였던 한국과 대만에서도 한센병 환자들이 격리됐는데, 한국 내 시설인 소록도 갱생원에 강제 수용됐던 인원이 1945년 태평양전쟁 종전 직전 기준으로 약 6천 명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구마모토(熊本)지방재판소(지방법원)는 2001년 5월 11일 한센병 환자 본인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격리정책을 위헌으로 판결하고 일본 정부의 배상을 명령했다.

일본 정부는 이 판결에 근거해 한센병 보상법을 시행하면서 옛 식민지를 보상 대상에서 제외했고, 한국과 대만의 피해 당사자들은 차별을 주장하며 도쿄지법에 보상금 지금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한센병 강제격리 韓피해자의 가족 60명, 日정부에 보상금 신청
그러나 한국 피해자들은 패소하고, 대만 피해자들은 승소하는 엇갈린 판결이 나왔다.

이후 정치적인 논란 끝에 2006년 옛 식민지 시대의 피해 당사자를 포함하는 새 보상법이 시행되면서 당사자 배상문제는 일단락됐다.

이어 2016년에는 보상 대상에서 빠졌던 전 환자의 가족들이 평온하게 살 권리를 침해당했다며 국가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구마모토지법에 냈다.

구마모토지법은 이 소송에서 2019년 6월 전 환자의 가족들이 받은 차별에 따른 피해에 대해서도 일본 정부 책임을 인정해 배상을 명령하는 첫 판결을 내렸다.

일본 정부가 항소를 포기해 이 판결은 확정됐다.

그해 11월 옛 식민지 시대의 환자 가족을 포함한 모든 대상자에게 위자료 명목의 보상금 지급을 규정한 가족보상법이 시행됐다.

이 보상법은 친자·배우자에게는 180만엔, 형제·동거손자·조카에게는 130만엔을 주도록 하고 있다.

교도통신은 이 법이 시행된 후 한국 피해자의 가족들이 처음으로 일제히 보상금 신청을 하는 것이라며 대만 피해자의 가족 6명은 이미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다.

한센병 피해자 구제 운동을 이끌어온 도쿠다 야스유키(徳田靖之) 변호사는 "옛 식민지 시대의 행위에 대한 (일본 정부의) 보상 실현은 극히 예외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일 간의 국가관계가 악화한 상황이지만 인권침해에 대한 보상을 실현하기 위해 한국 쪽 인사들과 긴밀히 협력해 이루어 낸 성과임을 강조하면서 이번 보상의 의미를 생각해 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교도통신은 구마모토지법의 2019년 판결 이후 일본 측 변호인단과 공조해온 한국 변호사들이 소록도 갱생원 내의 격리 피해 관련 청취 조사 등을 맡았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조사 과정에 어려움이 많았지만 결국 관련 자료를 준비해 집단 보상신청을 할 수 있게 됐다고 전했다.

일본과 한국의 변호인단은 조만간 이와 관련해 온라인 공동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또 코로나19 상황이 진정되면 한센병 격리 피해자에 대한 일본 정부 배상 책임을 처음 인정했던 구마모토지법 판결 20주년을 기념하는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