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왼쪽)가 설립한 미국 우주탐사업체 스페이스X가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CEO(오른쪽)가 이끄는 블루오리진을 제치고 미국 항공우주국(NASA) 달 착륙선 사업자로 선정됐다. 스페이스X는 지난해 5월 민간 기업으로는 최초로 유인 우주선을 쏘아올리는 등 우주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NASA는 지난 16일 28억9000만달러(약 3조2000억원) 규모의 달 착륙선 사업자로 스페이스X를 선택했다. NASA는 2024년을 목표로 인류를 다시 달에 보내는 ‘아르테미스’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이와 관련해 달 착륙선을 개발할 사업자로 스페이스X와 블루오리진, 다이네틱스 등 3개 업체를 후보에 올린 뒤 최종적으로 스페이스X를 골랐다.

NASA는 1972년 아폴로 17호의 마지막 달 착륙 이후 50여 년 만에 인류를 다시 달에 보낼 계획이다. 록히드마틴 등과 함께 개발 중인 오리온 우주선에 4명의 우주비행사를 태워 달 궤도로 쏘아올린 뒤 남성과 여성 우주인 한 쌍을 스페이스X의 ‘스타십’ 달 착륙선에 옮겨 태워 달 표면으로 내려보낸다는 구상이다.

달에 발을 내디딜 2명의 우주비행사는 1주일 동안 달 표면을 탐사한 뒤 다시 착륙선을 타고 달 궤도에 떠 있는 오리온 우주선으로 복귀하게 된다.

NASA는 스페이스X가 재사용이 가능한 발사·착륙 일체형 우주선을 개발하고 있다는 것을 장점으로 꼽았다. 이 방식은 상승, 하강, 환승 등 3개의 별도 모듈로 구성되는 블루오리진의 달 착륙선보다 개발 비용이 저렴하다.

스페이스X가 재활용 우주선을 통해 인류의 달과 화성 이주를 꿈꾸고 있다는 점도 사업자 선정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NASA는 “우리는 달에서 멈추지 않을 것”이라며 인류의 화성 탐사가 궁극적인 목표라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은 “세계 최대 부자인 베이조스와 머스크가 인류의 달 복귀를 놓고 경쟁을 벌였고 스페이스X가 승리했다”며 “NASA의 이번 결정은 베이조스의 우주 사업에 차질을 초래했고, 머스크에게는 놀라운 결과를 안겨줬다”고 평가했다.

스페이스X는 지난해 5월 유인 우주선 ‘크루 드래건’ 발사에 성공한 데 이어 오는 22일에도 크루 드래건을 실은 팰컨9 로켓을 또다시 쏘아올린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새롭게 임무를 수행할 우주비행사 4명을 보내기 위해서다. 로켓과 우주선을 모두 재활용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