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좀더 분명한 경고 보내야한다는 논의 늘어나"
홍콩매체 "美 대만정책, '전략적 모호성'서 탈피하나"
미국이 오랜 세월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해온 대만 정책에서 탈피하려 한다는 관측이 제기된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8일 보도했다.

SCMP는 최근 미국 내에서 대만과 관련해 유지해온 '전략적 모호성'을 버리고 중국에 좀더 분명한 경고를 보내야한다는 논의가 늘어나고 있다고 밝혔다.

그간 미국은 군사적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중국을 자극하거나 대만의 독립을 촉구하는 일을 자제하는 차원에서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파병 여부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지만 이러한 입장에서 벗어나야한다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최근 '비공식 특사'를 대만에 파견하고, 미국-대만 간 해안경비 협력 협정 체결, 미 정부 관리들과 대만 측 관리들의 교류를 더욱 장려하는 새로운 지침 발표 등은 미국의 대만 정책에 변화가 일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설명이다.

미 국무부는 지난 9일(현지시간) 미 정부와 대만 카운터파트들과의 교류를 자유화하는 새로운 지침을 발표했다.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새 지침에 대해 "우리의 깊어지는 비공식 관계를 반영한다"라면서 이 지침은 대만이 활기찬 민주주의 국가이며 중요한 안보 및 경제적 파트너임을 강조한다고 말했다.

SCMP는 "새로운 지침의 세부사항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미국 관리들이 연방정부 건물이나 대만 대표부 건물 내에서 대만 카운터파트들을 만나는 게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또 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는 첫 정상회담 후 16일(현지시간) 공동성명에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명기, 1969년 이후 처음 미일 성명에서 대만을 거론함으로써 중국을 향한 공세 수위를 한층 높였다.

국제관계학 전문가인 알렉산더 황 대만 담강대학 교수는 1979년 미중 수교 이후 미국과 대만 간에는 공식적 접촉이 없었고 오로지 비공식 채널을 통해서만 교류가 진행됐지만 최근 몇년 간 이에 서서히 변화가 일어났다고 밝혔다.

이어 바이든 행정부가 예상을 깨고 전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보다 대만 지원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으며 최근 발표된 대만과 관련된 새로운 지침은 중국에 큰 타격이 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그는 트럼프와 바이든 행정부의 대만 접근법에는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황 교수는 SCMP에 "트럼프가 대만을 반중의 선봉에 내세우면서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관계가 악화하는 것을 개의치 않았다면, 바이든은 대만을 미국 이익 수호를 위한 방패로 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같은 대학 또 다른 국제관계학 전문가인 리다정(李大中) 교수는 그러나 바이든 행정부의 최근 움직임에서도 여전히 중국의 레드라인을 넘지 않으려는 신중한 계산이 깔려있다고 봤다.

그는 "미국과 일본이 금요일 정상회담에서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을 강조했지만,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이 중국의 침공을 받을 경우 미군 파병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고 스가 총리도 대만 방어를 위한 미군 지원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