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왕실의 윌리엄 왕세손과 해리 왕손 형제가 할아버지인 필립공의 장례식에서 화해하는 분위기가 연출될까.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의 남편 필립공의 장례식이 17일(현지시간) 런던 교외 윈저성에서 엄수된다.

외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3시 성조지 예배당에서 치러지는 필립공의 장례식에는 여왕과 자녀를 비롯한 직계 가족과 가까운 친척 30명이 참석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규모를 줄인 결과다.

필립공은 100세 생일을 약 두 달 앞둔 지난 9일 향년 99세로 별세했다. 필립공은 윈저성 내 성조지 예배당 지하 왕실 묘지에 안치될 예정이다. 장례식은 TV와 라디오로 되나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사람이 많이 모이는 행사는 모두 생략하기로 했다.

장례식에 20분 앞선 오후 2시 40분 윈저성에서 필립공의 시신이 랜드로버를 개조한 영구차에 실린다. 영구차인 랜드로버는 16년 전부터 개조된 차량으로 필립공이 도색까지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직계가족 9명이 8분간 영구차를 따라 걷고, 엘리자베스 여왕이 그 뒤를 따른다.

장례식장 참석자는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고 거리두기를 지킬 예정이다. 장례식에선 필립공의 군 복무 경력, 그리스·덴마크 왕자 혈통 등이 강조될 계획이다.

필립공은 1921년 그리스 앤드루 왕자의 외아들로 태어났다. 그리스와 덴마크 양국에서 모두 왕위 승계 대상이었으나 큰아버지가 군부에 그리스 왕좌를 빼앗겨 그리스를 떠나야 했다. 영국 해군에 입대한 후 당시 엘리자베스 2세와 사랑에 빠져 1947년 결혼식을 올렸다. 1952년 엘리자베스 여왕이 즉위하며 69년간 여왕의 남편으로 외조했다.

윈저 주임사제는 "필립공은 여왕을 향한 변함 없는 충성과 국가·영연방을 위한 봉사, 용기 강함 신앙으로 우리에게 영감을 췄다"는 메시지를 전할 예정이다.

필립공의 관 위에는 개인 깃발, 해군 모자, 칼, 화환이 놓일 전망이다. 깃발엔 덴마크, 그리스, 에딘버러 그리고 필립공의 성(姓)인 마운트배튼을 상징하는 그림이 그려질 전망이다. 필립공은 영국으로 귀화하며 성을 바텐베르크에서 영국식 마운트배튼으로 바꾼 바 있다.

장례식에서는 영국 윌리엄 왕세손과 동생 해리 왕손과의 만날 전망이어서 관심이 쏠린다. 이는 해리 왕손이 미국으로 떠난 후 1년여 만의 귀국이다. 앞서 해리 왕손과 부인 메건 마클 부부는 영국 왕실과 완전히 결별하기로 한 데 이어 TV 인터뷰에서 아들이 흑인 혼혈이라 왕족으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는 ‘인종 차별론’을 제기한 바 있다. 해리 왕손은 임신 중인 부인 없이 홀로 귀국했다.

윌리엄 왕세손과 해리 왕손은 영구차 행렬 출발 전 장례식 참석자들이 모이는 당시 처음 만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윌리엄 왕세손은 동생이 아니라 사촌과 나란히 걸을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필립공은 엘리자베스 여왕과의 사이에 찰스 왕세자, 앤드루 왕자, 에드워드 왕자, 앤 공주 등 자녀 4명, 윌리엄 왕세손 등 손주 8명, 여러 증손주를 뒀다.

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