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16일(이하 현지시간) 첫 정상회담을 갖고 공동의 안보와 번영을 위해서 한미일 3국 협력이 필수적이라는 데 뜻을 같이했다.두 정상은 중국에 대한 견제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전념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했다.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총리는 이날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정상회담 후 백악관이 배포한 '새 시대를 위한 미일의 글로벌 파트너십'이라는 제목의 공동 성명에서 이같이 밝혔다. 바이든 취임 후 첫 대면 정상회담…북한 '완전한 비핵화' 약속 재확인양국은 우선 북한에 있어 완전한 비핵화가 취해져야 한다는 점을 피력했다. 스가 총리는 공동 기자회견에서 북한의 대량파괴무기와 탄도미사일에 대한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폐기)를 언급했다. 단, 북한이 예민하게 반응하는 표현인 CVID가 성명에 직접 담기진 않았다.이들은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따른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고 언급하면서 북한의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과 관련된 위험성을 해결하기 위해 협력할 것이라고 했다.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에 있어 협력하겠다는 미국의 약속을 재확인했다. 두 정상은 "우리는 한국과의 3국 협력이 공동 안보와 번영에 필수적이라는 데 동의한다"는 내용도 성명에 넣었다.양 정상은 모두발언 때부터 인도태평양에서의 협력을 강조하면서 중국 견제에 한목소리를 냈다.바이든 대통령이 "(양국은) 인도태평양 지역의 두 중요한 민주국가"라고 말하자, 스가 총리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실현"이라고 언급했다.이어 양 정상은 동중국해와 남중국해 문제를 거론하는가 하면, 약 52년 만에 처음으로 공동 성명에 대만 관련 문구를 명시하기도 했다. 이들은 미일 정상 공동문서에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을 권장한다"는 내용을 담았다. 일본이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한 1972년 이후 미일 정상회담 성명에서 대만을 거론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이 줄곧 대만을 핵심적 이익으로 규정하고 있는 만큼, 이번 공동성명과 관련한 중국의 반발이 예상된다.또 양국과 호주, 인도의 중국 견제 4개국 협의체인 '쿼드'를 포함한 협력을 유지하기로 했다. 지적재산권 위반, 강제 기술 이전, 산업보조 등을 포함해 불공정한 관행의 악용에 대처하기 위해 주요 7개국(G7), 세계무역기구와 협력하기로 했다고 한 부분도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문구로 풀이된다.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중국과 중요한 경쟁 분야 중 하나로 꼽히는 기술 분야에서의 협력을 강조하기도 했다. 두 정상은 5G 네트워크, 반도체 공급망 협력 증대, 인공지능 등 분야의 공동 연구 추진에 협력키로 했다.아울러 마지막으로 성명에는 도쿄올림픽에 대한 미국의 지지가 명시됐다. 스가 총리도 자신이 세계인 단결의 상징으로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을 개최할 결의를 표명했으며 바이든 대통령이 지지 의사를 재확인했다고 전했다.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
중일 수교 후 대만 문제 첫 명시…'미일동맹 확고한 계승' 부각'외교 서툴다' 평가 벗어날까…코로나19 확산하면 올림픽 불투명중일관계 악화 가능성…스가 "신장 문제, 입장 설명하고 이해 구했다"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주고받은 것에 눈길이 쏠린다.스가 총리는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견제 기조에 보조를 맞추고 도쿄 올림픽·패럴림픽에 대한 지지와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 방위를 재확인받은 양상이다.현지시간 16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미일 정상회담 후 발표된 공동성명에는 바이든 행정부의 중국 포위 정책에 근거한 내용이 대거 반영됐다.바이든 대통령과 스가 총리는 중국의 행동이 인도·태평양 지역과 세계 평화 및 번영에 미치는 영향에 관해 논의하고서 "국제법에 기반을 둔 질서와 부합하지 않는 중국의 활동에 대한 우려를 공유했다"고 명시했다.또 동중국해에서 현상을 변경하려는 일방적인 시도나 남중국해에서의 영유권 주장 등에 대해 반대한다는 뜻을 명확하게 밝혔다.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대만에 관해 기술한 점이다.공동성명은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문제의 평화적인 해결을 권장한다"고 밝혔다.미일 정상회담 성명에 대만 문제를 기술한 것은 일본이 중국과 수교한 후 처음 있는 이례적인 일이며 중국이 내정 간섭이라고 반발할 가능성이 있다.또 홍콩이나 신장웨이우얼(新疆維吾爾·신강위구르) 자치구의 인권 문제에 대한 우려까지 중국을 견제하는 내용이 줄줄이 반영됐다.중국을 '가장 심각한 경쟁자'로 규정한 바이든 대통령의 전략에 스가 총리가 호응한 것으로 풀이된다.하지만 중국과의 경제적으로 긴밀하게 맺어진 일본 입장에서는 적지 않은 부담을 감수한 것으로 볼 수 있다.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국빈 일본 방문을 추진하는 가운데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스가 총리는 무엇을 얻었을까.우선 바이든 대통령이 올림픽에 대한 지지를 표명함으로써 스가 총리의 공조에 답했다.공동성명에는 "바이든 대통령은 올여름에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올림픽·패럴림픽을 개최하려는 스가 총리의 노력을 지지한다"는 내용이 담겼다.바이든 대통령은 미일 영유권 분쟁 지역인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釣魚島>)열도를 미국이 방어하겠다는 의지도 표명했다.공동성명은 센카쿠 열도가 미국의 일본 방위 의무를 규정한 미일안보조약 5조의 적용대상이며 센카쿠 열도에 대한 일본의 실효 지배를 훼손하려는 시도에 반대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또 안보 환경의 변화에 발맞춰 대응력을 향상하고 사이버 공간을 포함한 모든 분야의 안보협력을 강화한다는 방침도 반영했다.스가 총리는 그간 미일 동맹이 일본 외교·안보 정책의 기축이라고 거듭 강조했는데 바이든 대통령이 공동선언으로 이를 뒷받침한 셈이다.외교 경험이 부족한 스가 총리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전 총리가 부각한 미일 동맹 중심의 외교를 문제없이 잘 계승했다는 평가를 기대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하지만 일련의 주고받기가 전체적으로 호평을 받을지는 불투명하다.우선 바이든 대통령이 올림픽을 아무리 지지하더라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억제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일본의 백신 접종 진행 상황은 주요국 가운데 꼴찌 수준이고 최근 감염이 빠르게 재확산하면서 집권당 이인자인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이 취소 가능성까지 거론한 상황이다.센카쿠 열도 방위 등은 앞서 미국이 밝힌 것을 재확인한 것이라서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올 수 있다.최근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의 오염수를 다핵종(多核種)제거설비(ALPS)로 거른 후 해양 방출하는 계획을 발표한 뒤 양국 정부 주요 인사가 언론을 통해 우회적으로 설전을 벌였는데 이번 회담으로 중일 관계가 한층 어려워질 가능성도 있다.이 때문에 일본 정부는 공동 성명을 발표하는 과정에서 미국에 호응하면서도 중국을 과도하게 자극하지 않도록 수위 조절에 애를 쓴 것으로 추정된다.스가 총리는 회담 후 열린 기자회견에서 신장 인권 문제에 관해 주요 7개국(G7) 중 일본만 중국을 제재하지 않고 있다는 취지의 질문을 받고서 "우리나라의 입장이나 대응에 관해서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설명하고 이해를 구했다"고 말했다./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스가 요시히데 일본 총리가 16일(현지시간) 첫 정상회담에서 격의 없이 서로의 애칭을 부르며 친분을 드러냈다.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스가 총리와의 정상회담이 끝난 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한 공동 기자회견에서 스가 총리를 지칭하는 용어로 '스가 총리'와 '요시'를 여러 번 바꿔가며 사용했다. '요시'는 스가 총리의 이름을 줄인 호칭이다.미일 정상이 서로의 호칭을 편하게 하는 모습을 공개한 것은 미일동맹의 굳건함을 과시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일본의 협력이 필요하다. 스가 총리는 최근 지지부진한 지지율 반등을 위해 이번 방미 성과가 절실한 상태다. 친분 부각하며 공조 과시…바이든 "요시, 당신 차례" 발언도바이든 대통령은 회담 전 "미국과 일본은 큰 아젠다를 앞두고 있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요한 2개 민주주의 국가"라며 "양국 협력은 두 가지 관점에서 볼 때 미국이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고 지역의 미래가 자유롭고 개방적이고 번영하도록 보장하는 것에 필수적이다"라고 입을 뗐다.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나는 수상과 대화를 고대하고 있었다. 우리 팀은 공통 의제를 다루고 있다"면서 "우리가 내가 일했던 상원에서 했던 것처럼 나는 총리에게 발언권을 넘긴다. 요시, 이제 당신 차례"라고 했다.상원 의원 시절 인연을 거론하면서 스가 총리에 대한 호감을 드러낸 셈이다.바이든 대통령은 공동 기자회견 자리에서도 "내가 백악관에 오도록 한 첫 번째 국가 원수"라며 "요시, 워싱턴으로 긴 여행을 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이어 "요시, 당신은 아마도 앞으로 나를 더 많이 보게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이어 "스가 총리와 나는 우리 정부뿐만 아니라 일본 국민과 미국 국민 사이에 존재하는 믿을 수 없는 파트너십을 중요시한다"고 피력했다.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일본인 마쓰야마 히데키(29)가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 ‘꿈의 무대’라 불리는 마스터스 챔피언이 된 것을 언급하면서도 스가 총리를 '요시'라고 불렀다.바이든 대통령은 스가 총리에게 발언권을 넘기면서 "방문해줘서 고맙다. 앞으로 일본과 미국이 함께 이룰 모든 것을 기대한다"며 "당신을 내 행정부의 첫 번째 국가 원수로 맞이하게 된 것은 큰 영광이었다"고도 언급했다.스가 총리도 공동 회견에서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실현을 위한 협력을 거론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을 '조'라고 지칭했다.그러면서 그는 "미국은 일본의 가장 친한 친구다. 일본과 미국은 자유와 민주주의, 인권 등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동맹국"이라면서 "우리 동맹은 인도태평양 지역과 세계의 평화와 안정의 기반 역할을 해왔다. 현 지역 상황과 심각한 안보 환경에 비춰볼 때 미일동맹의 중요성은 새로운 정점에 도달했다"고 강조했다.양국 정상은 이날 회담 직후 양국의 결속을 강하게 보여주는 '미일 공동지도자 성명: 새로운 시대를 위한 글로벌 파트너십'도 발표했다. 이는 핵심 파트너십 구축, 디지털 과학기술 경쟁력과 혁신, 코로나19 대응, 녹색성장, 기후변화 등 공통 우선순위 분야에 대한 협력 강화 등이 골자다.김수현 한경닷컴 기자 ksoo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