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나탄즈 핵시설 인근 위성사진 . 사진=로이터

이란 나탄즈 핵시설 인근 위성사진 . 사진=로이터

이란 최대 우라늄 농축시설이 있는 나탄즈 핵시설에서 지난 11일 외부 테러로 인한 정전이 발생했다. 이 정전으로 원심분리기에 연결된 전력체계에서 대형 폭발이 발생했다.

뉴욕타임스(NYT) 등 서방 언론은 이 사고로 이란의 우라늄 농축 시설이 큰 타격을 입었고 복구에 최소 9개월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NYT는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려 했던 이스라엘의 해외담당 정보기관 모사드가 이번 테러의 배후라고 추정했다. 지난해 7월 나탄즈 핵시설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때나 같은 해 11월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핵과학자 모센 파흐리자데가 암살됐을 때도 모사드의 개입 의혹이 제기됐다.

이스라엘 당국은 이를 공식적으로 확인하거나 부인하지 않았지만, 이스라엘 공영 라디오는 정보 소식통을 인용해 모사드의 ‘사이버 작전’이라고 보도했다. 이란 외교장관은 “복수하겠다”고 했고, 이스라엘 총리는 “이란의 핵 보유를 막겠다”고 응수해 이를 뒷받침했다.

모사드는 세계 최고의 정보력을 자랑한다. 작전 능력도 뛰어나다. 탁월한 첩보와 공작 능력으로 이란의 핵무장을 저지하는 핵심 전력이기도 하다. 이란의 핵개발이 본격화되자 2010년 나탄즈 핵시설의 원심분리기 등을 해킹 공격으로 무력화시킨 것 역시 모사드다.

1978~1981년에는 이라크의 핵 개발 정보를 입수하고 공습으로 핵시설을 파괴한 ‘스핑크스 작전’을 펼쳤다. 1981년 이라크의 오시라크 원자로를 폭격하는 작전을 도왔고, 2007년 시리아가 북한의 지원으로 비밀리에 건설 중이던 핵시설을 파괴하는 데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모사드는 뮌헨올림픽 참사(1972)에 대한 보복작전으로도 유명하다. 올림픽 테러를 주도한 ‘검은 9월단’ 일원 13명을 9년 동안이나 추적한 끝에 암살했다. 이 작전을 다룬 영화가 ‘뮌헨’이다.

모사드는 코로나 사태가 벌어지자 해외에서 진단키트를 긴급 확보하는 데에도 숨은 역할을 했다. 지난해 4월 이스라엘의 우리 교민 철수 때 특별기를 통해 많은 양의 키트를 싣고 갔다.

당시 텔아비브 소식통은 “이스라엘은 사태 초기부터 코로나를 ‘국가 안보 문제’로 인식하고 모사드를 통해 우방과의 방역 협력 접점을 찾았다”며 “이번에도 모사드가 막후에서 이스라엘 주재 국정원 요원들에게 진단키트 제공을 요청하고 이 과정에서 교민 철수안을 추진한 것”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사태를 국가 안보 차원에서 대응하며 우방과 협력하기 위해 물밑에서 뛰는 정보요원들을 보면 모사드야말로 이스라엘이 가진 최강의 비밀 병기임에 틀림없다. 모르긴 해도, 우리 국정원 역시 북한 핵 저지와 코로나 백신 도입을 위한 비밀 작전을 어딘가에서 펼치고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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