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상 기다란 갈색 나무 상자로 제작되는 장례용 관을 개성과 재치, 유머가 넘치는 아이디어 제품으로 만드는 이색 실험이 뉴질랜드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16일 뉴질랜드텔레비전(TVNZ)과 뉴질랜드헤럴드 등에 따르면 오클랜드에 있는 '다잉아트'라는 회사는 고객의 주문에 따라 크림 도넛, 소방차, 레고, 배 모양 등 각양각색의 관을 제작하고 있다.

장례용 관도 개성시대…뉴질랜드서 배·크림 도넛형 등 등장
마지막 가는 길을 고인이 살아 있을 때 좋아했던 물건이나 음식 등 원하는 모양대로 그 안에 편안히 누울 수 있도록 관을 만들어주는 게 이 회사의 사업 목표다.

창업자이자 대표인 로스 홀은 15년 전 자신의 유언장을 작성하다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밝혔다.

홀은 "머리에 떠오른 생각 중 하나는 갈색 상자 안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는 위에 불꽃이 그려진 빨간색 관을 원한다고 유언장에 쓰기로 마음먹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틀 뒤 아내에게 '갈색 마호가니 나무 상자와는 다른 무엇인가를 원하는 사람이 있을지 궁금하다'고 운을 떼봤지만, 곧 서로 웃어넘기고 말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6개월 뒤 다시 그 생각이 홀의 머리에 떠올랐고 이번에는 뭔가 해보자는 의지까지 생겼다.

그는 각기 다른 20여 개의 디자인을 그린 다음 장의사를 찾아가 의견을 물었으나 모두 미쳤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물러서지 않았고 새로운 아이디어는 천천히 자리를 잡아가기 시작했다.

지금은 직원이 모두 15명으로 주문이 심심찮게 들어오는 편이다.

관의 가격은 디자인에 따라 약 3천 달러(약 240만 원)에서 7천500달러까지 다양하지만, 홀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해주기 위해 하는 것일 뿐 돈을 벌기 위한 일은 아니라고 말했다.

장례용 관도 개성시대…뉴질랜드서 배·크림 도넛형 등 등장
그는 "가족들을 위해 슬픈 날을 조금 가볍게 만들어주는 게 나에게도 커다란 즐거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장례식의 풍속도 최근 몇 년 사이에 크게 달라졌다며 "사람들이 이제는 죽음을 애도하기보다는 한 사람의 생애를 축하하는 자리로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 관습적인 것보다 뭔가 독특한 것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지난 2월 홀의 사촌이기도 한 남편이 암으로 세상을 떠났을 때 크림 도넛 관을 주문했던 데브라 맥린은 남편이 살아 있을 때 크림 도넛을 무척 좋아해 도넛 관을 사용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크림 도넛 관이 슬프고 힘든 시간을 이겨내는 데도 큰 힘이 됐다"며 "장례식에 참석했던 모든 이들의 마음에 새겨진 마지막 기억은 크림 도넛이었다.

그것은 전적으로 남편의 유머 감각이었다"고 말했다.

홀은 자신들이 만드는 관은 통상 매장이나 화장에 적합하도록 생분해성 재료로 만들어진다며 그러나 크림 도넛 관을 만들 때는 폴리스타이렌과 발포제 등도 사용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