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바이든 정부 출범 뒤 본격 핵활동…"우라늄 농축도 60%" 선언
미·이란 '불신' 넘어야 핵합의 복원 협상 진전
협상이냐 파국이냐…갈림길 선 이란 핵위기
미국의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으로 이란 핵합의(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의 복원이 중동 최대 현안으로 떠올랐다.

바이든 정부는 2018년 도널드 트럼프 전 정부가 일방적으로 파기한 핵합의를 복원하려고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는 분위기다.

웬디 셔먼(국무부 부장관), 로버트 말리(대이란 특사) 등 외교 안보 진용을 핵합의 설계와 협상에 깊이 관여한 인물로 앉힌 데서 이란 문제를 다루는 바이든 정부의 큰 방향을 짐작할 수 있다.

이란에 대한 바이든 정부의 태도는 매우 적대적이었던 트럼프 정부와 확연히 차별되지만 폐기 위기에 처한 핵합의가 당장 되살아나지는 않으리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핵합의를 복원하겠다는 바이든 정부의 의지와 이를 되살려 경제난과 공중보건 위기를 헤쳐나가야 할 이란의 필요가 맞물려 4월6일 미국을 제외한 핵합의 서명국이 빈에 모였다.

이 회의에 미국은 이란의 반대로 참석하지 못했지만 회의장 인근 호텔에서 유럽 측 참가국과 긴밀이 연락을 주고받으며 '간접 접촉'했다.

협상이냐 파국이냐…갈림길 선 이란 핵위기
◇ 이란, 바이든 정부 출범 맞춰 핵활동 본격화…핵시설 피격도 악재
이란이 핵합의를 어기기 시작한 원인은 트럼프 정부의 핵합의 파기가 직접적 원인이다.

이란은 트럼프 정부가 핵합의를 탈퇴하고 1년 뒤인 2019년 5월부터 단계적으로 핵합의 이행 범위를 축소했다.

2018년 5월부터 1년간 이란은 미국의 제재를 우려해 이란산 원유 수입과 금융 거래를 중단한 유럽 측에 핵합의를 지키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유럽은 핵합의를 유지해야 한다는 원칙론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실질적인 '행동'을 보이지 못했다.

당시엔 핵합의에서 허용된 우라늄의 농축 농도와 한계량, 중수 보유량을 어기는 상대적으로 가벼운 조항을 어겼지만 바이든 정부의 출범에 맞춰 핵무기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살 만한 강수를 뒀다.

이란의 대응은 1월 농도 20%까지 우라늄 농축 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를 통해 밝혀진 이란의 금속 우라늄 생산 개시(2월10일), IAEA 일일 핵사찰 거부 통지(2월23일)에 이어 이달 13일 농도 60%까지 우라늄 농축 준비 발표로 이어졌다.

핵위기를 고조하는 이란의 이런 행동은 나탄즈 핵시설 화재(작년 7월), 핵심 핵과학자 모센 파크리자데의 암살(작년 11월), 나탄즈 핵시설 폭발물 공격(올해 4월)로 이어지는 악재와 맞물렸다.

이란은 이런 사건의 배후를 이스라엘로 지목했다.

이런 일련의 사건으로 이란에선 핵합의에 반대하는 이란 내 반서방 강경파의 입지가 넓어졌다.

이 때문에 이스라엘이 핵합의 복원의 중요한 변수라는 해석도 나온다.

아울러 서방과 대면을 앞두고 우호적 제스처보다는 협상력을 높이는 '카드'를 마련하곤 하는 이란의 외교 협상 전략의 일부로도 볼 수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3일 "바이든 정부가 이란과 핵합의에 되돌아가는 협상을 할 때 금속 우라늄 생산을 놓고 양국 사이에 불꽃이 튈 수 있다"라며 "이란은 금속 우라늄 생산을 중단한다는 제안을 카드로 사용해 협상력을 높이려 할 수 있다"라고 전망했다.

협상이냐 파국이냐…갈림길 선 이란 핵위기
◇ 이란은 핵무기로 향하나…브레이크아웃 타임은
IAEA는 2월 보고서에서 이란이 최고 20% 농도의 저농축 우라늄을 약 3천㎏ 보유한 것으로 파악했다.

핵무기를 제조하려면 농도가 90% 이상이어야 하고 이에 도달하기 위해선 수개월∼수년이 필요한 만큼 지금 당장 이란이 핵무기를 보유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원자력 발전용 연료로 쓰는 데 필요한 우라늄의 농축도가 4∼5% 정도라는 점에서 농도 20%의 농축 우라늄은 핵무기 개발의 '신호'로 의심받을 만하다.

이란이 지난해부터 핵합의에서 불허한 우라늄 농축용 고성능 개량 원심분리기를 가동하면서 의심은 더 짙어지는 분위기다.

이란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는다는 원칙은 최고지도자의 파트와(이슬람 율법해석)로 정해진 국가 시책으로, 20% 농축은 연구용이라고 주장한다.

그런데도 서방은 이란에 대한 의심을 거두지 못한다.

WSJ는 13일 이란이 핵무기 제조를 결정하고 완성하는 데 걸리는 시간(브레이크아웃 타임)이 2∼3년 정도라는 서방 관리들의 언급을 전했다.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이란이 9개월 안에 시험 폭발, 1년 안에 기초 단계의 핵무기, 2년 안에 핵탄두를 탄도 미사일에 장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핵무기 제조의 필수 단계인 우라늄 농축을 담당하는 나탄즈 핵시설이 두차례 큰 피해를 봤고 핵프로그램의 핵심 담당자 파크리자데 박사가 암살당한 만큼 브레이크아웃 타임이 길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나탄즈 핵시설을 공격당한 이란이 이곳의 보안을 강화하고 농축 설비를 더 지하로 옮기게 되면 물자와 인원의 이동이 제한되기 때문이다.

협상이냐 파국이냐…갈림길 선 이란 핵위기
◇ 핵합의는 되살아날 것인가
2015년 역사적으로 타결된 핵합의는 미국의 탈퇴와 이에 대응한 이란의 핵프로그램 재개로 붕괴 적전 위기다.

트럼프 정부는 핵합의로 풀린 제재를 복원하면서 탄도미사일 프로그램, 인근 친이란 정부·조직 지원 중단 등을 추가한 새로운 핵합의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이란은 이를 단호히 거부했고, 핵합의는 점점 파국을 향해 가속했다.

바이든 정부는 핵합의에 되돌아오겠다면서도 선행 조건으로 이란이 지금까지 어긴 핵합의를 지켜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이에 이란은 미국이 먼저 복원한 제재를 단번에 풀어야 한다고 대응했다.

단계적 제재 해제가 중재안으로 제시되기도 했지만 이란은 이를 거부했다.

양측이 '누가 먼저 움직이느냐'를 두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고, 이 대결의 해법은 신뢰다.

하지만 이란 내부에선 트럼프 정부의 일방적 핵합의 탈퇴가 미국을 믿을 수 없는 증거이고, 바이든 정부로 바뀌었다고 해서 미국의 '속임수'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강경파가 우세하다.

설사 핵합의를 복원하자고 양측이 원칙적으로 합의하더라도 '디테일'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

이란은 핵합의 원문 그대로를 되살리자고 하지만, 서방에서는 이란의 핵프로그램을 일정 시한이 지나면 허용하는 일몰 조항을 손봐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년간 이란이 핵합의를 어기면서 재개한 핵프로그램을 원상복구하는 문제도 합의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핵합의를 되살리려면 그간 이란이 위반한 조항을 어떻게 되돌리느냐를 명시한 새로운 합의가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또 올해 6월 예정된 이란 대선도 변수다.

미국은 이에 개의치 않는다고 했지만 핵합의를 성사한 이란의 현 정부가 반서방 보수파로 교체될 가능성이 큰 만큼 앞으로 두 달이 핵합의 재상의 '골든타임'이 될 수도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