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화기 싣고다녀 근접 시 매우 위협"…'인해전술'이 핵심전술
중국은 존재 부인…'민간선박' 간주해 약소국은 제지 쉽지 않아
"中, 남중국해서 비정규 해양민병대 '리틀 블루맨' 운용"
중국이 남중국해에서 지배력을 확대하는 데 '군 지휘를 받는 해양민병대'가 핵심역할을 한다는 의혹이 짙다고 미국 CNN방송이 1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중국은 해양민병대(PAFMM) 존재를 부인하지만, 서방에선 존재를 의심치 않는다는 것이다.

보도에 따르면 중국과 필리핀, 베트남 등 3개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남중국해 스프래틀리 제도(중국명 난사<南沙>군도)의 휫선 암초에 작년 말부터 정박해 필리핀과 중국 간 긴장을 일으킨 중국 선박 떼도 해양민병대라는 의혹이 제기된다.

중국 정부는 이 선박들이 풍랑을 피해 휫선 암초에 피난했다고 주장했다.

미 해군참모대학 코너 케네디 교수와 앤드루 에릭슨 교수는 2017년 보고서에서 해양민병대를 '국가가 조직·발달시키고 통제하는 무력집단(force)으로 군 지휘체계 아래 운용되며 국가가 뒷받침하는 행위를 수행한다"라고 정의했다.

에릭슨 교수는 이 해양민병대와, 18만7천척 이상인 중국 어선단이 통합운용된다고 CNN에 설명했다.

다만 해양민병대 정확한 규모는 알려지지 않았다.

해양민병대는 파랗게 도색된 선박을 타고 파란 제복을 입어 '리틀 블루 맨'이라고도 불린다.

러시아가 크림반도를 병합하기 전 병력투입 사실을 숨기고자 운용한 것으로 알려진 '신분을 숨긴 무력집단'을 일컫는 '리틀 그린 맨'의 변형이다.

미군 태평양사령부 합동정보센터 작전국장을 지낸 칼 슈스터는 "해양민병대는 자동화기를 싣고 다니며 선체를 강화해 근접 시 매우 위협적"이라면서 "최고 속력도 18∼22노트(시속 약 33∼41㎞)로 대부분 어선보다 빠르다"라고 설명했다.

해양민병대는 중국이 군을 개입시키지 않고 분쟁지 영유권을 주장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한다고 분석된다.

미 해군과 해병대, 해안경비대 사령부는 지난해 12월 공동발간한 보고서에서 "해양민병대는 중국이 타국 주권을 전복하고 그들의 불법주장을 관철하는 데 사용된다"라고 규정했다.

중국이 지난 1995년 미스치프 산호초(팡가니방 산호초)와 2012년 스카보러 암초(중국명 황옌다오<黃巖島>·필리핀명 바조데마신록)를 실질적인 통제 속에 넣을 때도 해양민병대가 활용됐다고 CNN방송은 전했다.

해양민병대 핵심전술은 '인해전술'이다.

휫선 암초에 정박한 중국 선박은 필리핀 정부에 따르면 한때 220척에 달했다.

지난달 29일 기준으론 44척만 남았고 나머지는 인근 수역 영유권 분쟁도서로 흩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데릭 그로스먼 랜드연구소 국방분석가는 "어선 떼로 적국을 압도하는 것은 싸우지 않고 이기기 위한 전형적인 '회색지대' 작전"이라고 말했다.

존스홉킨스대 슈시엔 루 연구원과 컬럼비아대 조너선 팬터 연구원은 지난 2월 미 육군대학이 발간하는 '밀리터리리뷰' 기고문에서 "중국 어선단은 물리적 위협이라기보다는 '방해물'에 해당한다"라며 "(바다에) 제한된 수만 존재해도 군함의 대잠작전이나 헬리콥터를 활용한 비행작전을 억제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중국보다 국력이 상대적으로 약한 국가는 해양민병대가 활개 친다고 이를 제지하기는 쉽지 않다.

해양민병대가 중국 정부와 관련돼 있을 수 있다는 점을 알기 때문에 이를 건드리면 중국의 대응을 촉발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어서다.

중국은 해양민병대 존재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타국 해군력이 이를 공격하면 '민간인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할 수 있어서다.

"中, 남중국해서 비정규 해양민병대 '리틀 블루맨' 운용"
중국에서 해양민병대 개념은 1949년 공산주의 혁명으로 신중국이 건설된 직후 나왔고 유용성은 1974년 중국이 남베트남과 파라셀 제도(중국명 시사군도<西沙群島>·베트남명 호앙사)를 두고 분쟁을 벌일 때 확인한 것으로 분석된다.

당시 중국은 해양민병대를 활용하면 미국의 동맹을 위협할 때 미국이 개입할 가능성이 줄어든다는 점을 깨달았다고 그로스먼 랜드연구소 분석가는 짚었다.

다만 해양민병대 활동이 늘어나면서 군사적 대립을 촉발하지 않을 수 없는 임계점에 이르렀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실제 미국과 필리핀 국무·외교장관은 휫선 암초 사태와 관련해 통화하면서 양국 상호방위조약이 휫선 암초를 비롯해 남중국해에도 적용된다는 점을 확인했다.

미국과 필리핀은 합동군사훈련 '발리카탄'을 12일부터 2주간 진행한다.

해당 훈련은 작년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취소됐는데 휫선 암초 사태로 남중국해 긴장이 높아진 가운데 재개돼 주목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