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형사재판소 회부·박해 혐의·집단학살 혐의 적용 등 고려해야"
유엔 北인권보고관 "다양한 길 탐색해 반인류범죄 책임 물어야"
북한에서 자행된 살인과 노예화, 고문, 감금, 성폭행 등의 반(反)인류 범죄에 책임을 묻기 위해 유엔과 국제사회가 다양한 가능성을 탐색해야 한다고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12일(현지시간) 밝혔다.

킨타나 보고관은 이날 미국 스탠퍼드대학 월터 쇼렌스틴 아시아태평양연구소(APARC·소장 신기욱)가 마련한 '북한의 인권 침해에 대해 책임을 묻기 위한 유엔의 역할' 화상 세미나에서 이같이 말했다.

킨타나 보고관은 "내 조국에서 많은 소송을 다뤄본 형사법 변호사로서 국제형사재판소(ICC)가 북한이 저지른 반인류 범죄를 다룰 관할권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일본인 납치 피해자 문제를 ICC가 다룰 관할권이 있는 사례로 들었다.

킨타나 보고관은 또 "남한에는 4만명이 넘는 탈북자들이 있는데 박해 범죄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남한 헌법에 따르면 한반도는 남한에 속하기 때문에 남한의 이들 탈북자도 강제 추방된 사람으로 간주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즉결 재판소를 구성하는 방안도 있고, 북한에 억류됐다가 혼수상태로 송환된 뒤 숨진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부모가 북한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금 등을 요구하는 소송을 미국 법원에 제기해 배상 판결을 받은 사례도 있다"고 소개했다.

킨타나 보고관은 북한에서 집단학살이 있었다면 '집단학살 방지와 처벌에 관한 협약'에 따라 이 사안을 국제사법재판소(ICJ)에 제시하는 방안도 있다면서 다만 집단학살이 북한에서 저질러졌는지는 여전히 논쟁 중이라고 말했다.

다만 "안보리의 제재는 북한의 비핵화를 겨냥한 것인데 내 견해로는 이 제재들은 북한의 일반 주민들에게 해로운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표적을 겨냥한 제재가 올바른 수단"이라고 주장했다.

토론자로 참석한 로버타 코언 미국 북한인권위원회(HRNK) 명예 공동의장은 "지금 당장은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하거나 즉결 재판소를 설립할 가능성은 없다"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궁극적인 형사 기소를 위한 기초작업에서는 진전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코언 의장은 "유엔 고등판무관 서울사무소가 궁극적인 재판을 위해 위반 행위들을 기록하고 핵심 정보와 증거 보관소를 만드는 작업을 하고 있다"며 "나 자신도 국제변호사협회의 도움을 얻어 북한이 단기 수용소에서 적절한 음식을 제공하기를 거부하는 것이 반인류 범죄라는 내용의 진술서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오준 전 유엔 한국대표부 대사는 유엔안보리 상임이사국 간의 이견으로 ICC 회부는 어렵겠지만, 안보리를 우회하는 킨타나 보고관의 몇몇 아이디어는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오 전 대사는 이런 다양한 방안의 탐색이 북한에 더 많은 압박을 가할 것이라며 "인권 침해 문제와 관련해서는 북한에 압박을 가하는 것이 모든 네이밍 앤드 셰이밍(지목해 비행을 폭로하는 것) 활동의 목적"이라고 말했다.

오 전 대사는 "북한은 유엔 내 논의에 더 민감해졌다"며 당장 ICC에 회부하는 일이 일어나지는 않겠지만 그런 책임 추궁의 먼 가능성도 북한에 압력을 증가시키고 어쩌면 그들의 행동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합뉴스